“수직으로만 살다 수평으로 살아 보니 많은 것을 느낍니다. 장애인아시안게임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부터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까지 두 대회 모두 참가한 할아버지가 있다. 선수가 아니라 교통안전요원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는 이원기(68·인천시 남구 관교동)씨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21일 인천시 남구 문학박태환수영장 앞에 빨간색 야광봉을 들고 차량을 안내하는 이 할아버지는 아시안게임 때부터 장애인아시안게임까지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께까지 약속된 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그는 몸은 지쳐도 마음만은 청춘으로 돌아갔다며 환하게 웃는다. 함께 자원봉사를 나온 동료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고, 다리가 아파도 교대로 쉴 수 있으니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그는 교통안전요원을 하면서 그동안 수직으로만 살다 수평으로 살게 돼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명망 높은 사람, 나이를 따지는 사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편견 없이 나누고 배려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진다”고도 했다.

허가증도 안 붙이고 반말투로 교통안전요원을 대하는 몰상식한 사람도 가끔 있지만 그는 “죽기 전에 우리 고향 인천에서 이렇게 큰 국제대회가 없지 않겠느냐”며 “작은 일이지만 값진 일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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