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500년 전 조선 전기 왕실 복식문화를 생생히 보여 주는 특별전이 국내 최초로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

경기도박물관은 24일부터 내년 1일까지 경기 명가의 기증 출토 복식을 소개하는 ‘조선왕실 선성군 모자(母子)의 특별한 외출’ 특별전을 개막한다. 아울러 관련 연구 성과에 대한 학술회의를 이날 오후 2시 30분 박물관 강당에서 동시에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는 조선 9대 국왕인 성종의 증손인 선성군(宣城君) 이흠(李欽, 1522~1562)과 그의 어머니인 기성군부인(箕城郡夫人) 평양이씨(平壤李氏, 1502~1579) 묘역에서 출토된 복식유물이 최초로 공개된다.

유물은 지난 2008년 남양주시에 있던 전주이씨 견성군파 묘역이 신도시 개발로 인해 인근으로 이장되는 과정에서 출토됐다. 특별전에는 수습 이후 6년간 수차례의 세척과 복원, 재현 과정을 거쳐 정리된 총 100여 점의 유물 중 50여 점이 전시된다. 조선 전기 왕실과 관련된 복식유물이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전시는 세 부분으로 나눠 1부 ‘어머니 기성군부인 평양이씨의 옷’, 2부 ‘아들 선성군 흠의 옷’, 3부 ‘모자(母子)를 위해 새로 장만한 옷’으로 구성했다.

제1부 ‘어머니 기성군부인 평양이씨의 옷’에서는 임진왜란 이전 왕실가의 여성이 갖춰야 할 예복과 일상복을 통해 왕실 여성 복식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제2부 ‘아들 선성군 이흠의 옷’에서는 당시 관리의 관복인 단령과 관복 안에 함께 갖춰야 할 차림 구성과 16세기 남자 바지저고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제3부 ‘모자(母子)를 위해 새로 장만한 옷’에서는 당시 화려했을 왕실 복식을 현대 직물로 생동감 있게 재현해 준비했다.

이 밖에도 기성군부인 평양이씨의 남편인 완산군 이수함의 지석과 지석함, 후손 묘에서 출토된 지석과 명기들도 함께 전시한다.

특히 일반 관람객과 어린이들이 조선 전통의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만의 우리 옷 꾸미기’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매월 개성 있는 참가자 10명을 선정해 박물관이 제작한 기념품도 증정한다.

당일 열리는 학술회의에서는 이번 전시 대상인 선성군 모자의 묘에서 출토된 제반 자료에 대한 분석과 보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제1부에서는 ‘선성군 모자 묘 출토 복식유물 수습 경위’(정미숙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 ‘전주이씨 견성군파 묘역 석물 조사’(정해득 한신대 교수), ‘전주이씨 견성군파 기증 자기명기와 지석에 대해’(김영미 경기도어린이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의 순서로 발표한다.

이와 함께 전주이씨 견성군파 묘역의 전반적인 조사 보고와 묘주를 알려 주는 묘지석에 대한 한국도자사 측면에서의 접근, 그리고 학술회의 주제인 선성군 모자 출토 복식에 대한 수습과 복원 경위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다.

제2부에서는 ‘전주이씨 견성군파 묘역 출토 목관재의 연륜·연대 분석’(박원규·김상규·김효정 충북대), ‘선성군 모자 묘 출토 복식의 고찰’(송미경 서울여대 교수), ‘선성군 모자 묘 출토 복식의 직물 분석’(김정숙 나래솔 대표) 등 이번 출토 복식에 대한 상세 분석은 물론 목관으로 사용된 나무 재질에 대한 분석도 보고될 예정이다.

특별전 관람은 유료이며 시간은 평일·주말·공휴일 모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도는 조선시대 수많은 사대부들의 활동 무대이자 사후 묘역이 조성된 장소이며, 이들의 무덤에서 나온 출토 복식은 기록만으로는 밝히기 힘든 당시 삶의 흔적과 복식문화를 생생하게 증언하는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경기도박물관이 수습 및 복원 과정을 거쳐 등록한 경기 사대부 집안의 출토 복식은 1천500여 점에 달한다.

도박물관은 2000년 ‘전주이씨 묘 출토 복식 조사보고서’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1권의 출토 복식 보고서를 출간했다. 조선시대 복식 특별전으로는 2000년 ‘조선의 옷매무새-17세기, 정부인 여흥민씨 묘 출토 복식전’, 2002년 ‘조선의 옷매무새Ⅱ-전주이씨 기증유물 특별전, 광주 고읍 의원군 일가 출토 복식’, 2011년 ‘조선의 옷매무새Ⅲ-이승에서의 마지막 치장’을 개최한 바 있으며 이번이 네 번째 특별전이다.

도박물관 이원복 관장은 “개관 이래 조선시대 출토 복식과 관련한 방대한 조사 보고서와 수차례 특별전을 통해 괄목할 만한 전문성을 쌓아 왔다”며 “이번 전시와 학술회의는 학제 간 융합으로 조선 전기 왕실 출토 복식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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