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문계 학생들이나 실업계 학생들이나 일반 4년제 대학 수시가 끝나가고 하나둘 발표가 나기 시작했다. 일부 학생들은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전문대 역시 합격 발표가 나면서 이제 학생들은 뚜렷이 길이 갈렸다.

그런데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아직 수능이 끝나지 않은 친구들을 위해 자중하거나 최저 준비를 위해 끝까지 공부하는 반면,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을 일부 교사들이 방치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와는 달리 실업계 고등학교는 2학기부터 학생들이 정상 취업을 할 경우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출석 인정을 해 준다. 하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취업을 나간 후 그 뒤 남게 되는 소수의 학생들을 교사들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C고의 일부 학급에서는 반 학생 2명을 제외하고 모든 학생들이 취업을 나갔다. 남은 두 명의 학생들에게 교사는 “너희 둘만 남았으니 너희도 나가서 근로계약서를 받아오고 취업을 하라”는 말을 남겼다. 말이 취업이지 실상 둘밖에 남지 않았으니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마지막 한 명까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교사의 본분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이 제대로 취업한 것도 아니다.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회사나 기업에 입사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선다. 근로계약서만 임의로 받아 내고 노는 학생들도 있다.

 아르바이트를 취업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대학을 안 보내는 대신 전문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해야 하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취지와 상당히 모순되는 현상이다.

실업계 고등학교 중에서도 공부를 계속해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상위권 학생들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런 혜택을 받기는 힘들다. 학생 수가 적다고 취업이나 나가라는 교사 밑에서 이런 학생들이 더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이렇게 사회에 나가는 첫발부터 아르바이트로 시작하는 학생들은 앞으로 평생 동안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힘들어질 수 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배운 학생들이 사회의 소중한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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