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겸 기획본부장

  만추의 계절, 낙엽 뒹구는 삼청동 길을 찾아 떠났다. 강의도 해야 하고 산책도 할 수 있는 기회라 일부러 아주 천천히 걸으며 곧 떠날 것 같은 가을의 뒷자락을 잡듯 그렇게 걸어 봤다.

처음 본 광경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셀카봉이라는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아무 때나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자기 스스로를 촬영하기에 바빴다. 자기 존재 확인과 자기만족에 한껏 들뜬 그런 분위기의 연출이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으면 지나가는 낯선 행인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셔터를 이렇게 눌러 달라고 하면서 카메라를 건넨 우리네였다.

 지금은 셀카라는 이름으로 팔을 뻗어 자신을 촬영하다가 그마저도 이젠 막대봉(셀카봉)에 스마트한 기기를 매달아 배경과 거리, 공간을 리모컨으로 조정해 가며 스스로 아무 때나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피사체화하고 조정하며 감상하는 그런 시대가 됐다. 현대 일상에서의 효율과 효용의 극치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낯선 사람과의 교류 기회, 다른 사람과의 얽힘이 점차 무뎌지고 폐쇄적이 됐으며,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네트워크 사회의 새로운 조류인 듯싶다.

타인과의 교류를 비교적 적게 하려는 이렇게 고립화되고 개체화된 경향으로 가게 되면, 문제는 각자 사회를 바라보는 눈 역시 내부 관점과 내재적 가치에만 매몰된다는 점이다.

내부적 관점은 사회 현상을 객관적으로 보질 못하고 주관적인 특정 사안에 치우쳐 자신이 보길 원하고 자신이 듣길 원하는 것만 보고 듣게 된다는 것이다.

일면 ‘칵테일 파티 효과’라는 것과 유사한 개념일 수 있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내부관점(Internal View)에서만 머물다 보면 타인과의 교류나 인지의 상호교차점, 소통의 기법을 전혀 이해 못하게 되지 않을까 지레 걱정이 앞선다.

기업 경영도, 지식 생산도 다양한 관점과 외부적 시각(External View)이 반드시필요하다. CEO로서 내부적 관점에 매몰돼 내 능력만 믿고 내 관점만 옳다는 편향적 자존감은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는 데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이다.

이를 서로 연계해서 상승작용화시키려 하면 의도적인 ‘다른 관점 찾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래야 실천 동력이 제대로 작용하는, 이른바 나눔과 배려의 사회생활 축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자기 스스로를 믿고 긍지를 느끼며 자존감을 높여 갔다면 타인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사회생활에서의 자기검증을 해 나가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것이다.

법이나 규범보다 문화나 가치가 일상에서는 우선인 세상이다. 순간순간 자신에게 진지하게 묻고 답하며 스스로 자기검증을 거쳐 가야 성실성으로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도 실행전략, 실천 마인드는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매사 우직하리만치 성실한 태도나 자세, 사고가 기본이 된다고 본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우직한 성실을 이야기하느냐고 하겠지만 여러 경영, 교육 성공 사례에서도 발표되고 참고를 하더라도 성실함은 그 기준부터 성공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스마트해져도 기본에 입각한 타인과의 관계 정립은 최고의 자산일 수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과 취업 시 인성을 고려한다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인성은 진부한 개념은 아니다.

기본에 대한 재정립을 사회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배운 지성, 지식, 인문성을 실천에 대한 역할과 기능에 관통시켜야 제대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오늘날, 성공과 행복에 기존의 학연, 지연 같은 ‘강력한 연결’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리처드 코치와 그렉 록우드가 쓴 「낯선 사람 효과」라는 책에서 보면 그냥 알고 지내는 정도의 지극히 낯선 사람들이 서로 가볍게 얽히면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과학적이고 실험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제3의 인문은 다른 나눔, 다른 배려로 이어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 끝없는 자기검증으로 성실성을 가꿔 가야 한다. 긍정적이고 공개적인 인간관계는 결국 공공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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