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제 인천구월서초등학교장

 2014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직장인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가, 多事多忙(다사다망:여러 가지로 일이 많아서 몹시 바쁘다)이라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갖은 고초로 몹시 힘들고 괴롭다는 의미인 艱難辛苦(간난신고)와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다는 勞而無功(노이무공)이 뒤를 이었다.

 구직자 대상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도 艱難辛苦(간난신고)와 輾轉反側(전전반측:걱정으로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함), 勞而無功(노이무공)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교수신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선정한 指鹿爲馬(지록위마)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선거,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등 갈등과 불신으로 얼룩진 사회상을 대변하고 있다.

뒤를 이은 削足適履(삭족적리: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 또한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의 전시행정이나 무분별한 선거용 공약 남발을 비판하고 있으며, 지극한 마음에 아픔이 있다는 의미인 至痛在心(지통재심)과 이토록 참혹한 일은 없다는 慘不忍睹(참불인도)는 오롯이 세월호 참사를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불신과 책임 공방을 계속하고 있는 정윤회의 국정개입 사건, 연금 개혁 갈등 등은 강추위와 폭설로 움츠러들고 있는 연말 분위기를 더욱 시리게 만들고 있다.

2014년은 교육계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학생들이 꽃다운 생명을 잃었고, 죄책감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선생님, 동행한 교사들의 희생과 살신성인, 교육에 대한 비전과 정책보다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 양상을 보인 교육감 선거의 갈등도 아직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말로는 모두가 대화와 타협을 외치면서도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물론 사안마다 원인과 이슈가 다르지만, 그 근원은 참을성의 부족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참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주장과 요구를 격렬하게 표출하는 것이 마치 정의나 용기인 듯 착각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자장이 스승에게 하직 인사를 하면서 몸을 아름답게 닦기 위한 가르침을 청하자 공자는 百行之本(백행지본) 忍之爲上(인지위상), 즉 모든 행실의 근본은 참는 것이 으뜸이라고 가르친다.

兄弟忍之(형제인지) 家富貴(가부귀):형제가 참으면 집안이 부귀하게 되고, 夫妻忍之(부처인지) 終其世(종기세):부부가 참으면 일생을 함께하게 되고, 朋友忍之(붕우인지) 名不廢(명불폐):친구끼리 참으면 이름이 깎이지 않으며, 自身忍之(자신인지) 無禍害(무화해):자신이 참으면 재앙이 없을 것이다.

세상이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그 많은 수만큼 사람들은 성격부터 외모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각양각색인 것이다.

그렇게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함께 살아 나가려면 참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성인인 공자도 방자하면서 강직하지 않고, 무식하면서 성실하지 않고, 무능하면서 신의마저 없는 사람은 나로서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같거나 유사한 가치와 생각을 가진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세상에는 남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만 알고, 오로지 제 잘난 맛으로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런 사람들과도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라면 참는 것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2014년은 6·4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정부와 교육계의 틀을 마련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해였다. 물론 아직도 화해와 단합보다는 불신과 갈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모든 일들을 지금 당장 분명하게 규명하고 처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참으면서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연말이 돼야 한다. 금년 연말은 불우이웃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유달리 적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에 몰입하느라 자칫 무방비로 노출된 채 추위에 떨며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연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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