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제 인천구월서초등학교장

 사회구조가 다양해지고 생활 방식이 복잡해짐에 따라 가정의 육아 기능(보육과 교육) 상당 부분이 사회로 이전되고 있다. 최근 폭행사건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어린이집은 국공립 단체나 민간 단체, 직장 등에서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6세 미만의 어린이를 맡아 돌보고 기르는 시설이다.

어린이집은 최근 사회적 환경 변화와 수요 증가, 그에 따른 국가 차원의 정책과 행·재정 지원을 등에 업고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일부 어린이집은 높은 경쟁률과 파장이 대학 입시의 치열함을 연상시킨다.

그렇게 줄을 서고 경쟁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당연히 관심과 애정으로 돌봐 주리라 믿는 부모들에게 폭행사건은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리 판단은 물론 자신을 지키고 관리하는 기본적 능력조차 소유하지 못한 3~4세 유아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 부모는 물론 온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긴급히 어린이집 CCTV 전면 설치,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어린이집 폐쇄 등의 강경책 등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비록 폭행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커다란 이슈로 부각됐지만 어린이집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소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저급한 재료의 음식을 주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부패한 음식까지 먹이는 급식 문제, 열악한 근무 여건과 낮은 보수로 인한 교사들의 잦은 이직과 부족한 사명감,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 아동 수를 부풀리는 행위, 저렴한 학습자료 사용으로 인한 아동의 건강과 안전문제 등이 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돼 왔던 것이다.

이처럼 어린이집 문제가 지속적으로 확대 발생하고 있는 근원은 영리성에 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근원적 성격인 공공성과 공익성과는 달리 어린이집은 국공립이 드물고 개인이나 민간 단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명목상 주장과는 다르게 내심 이윤 추구에 집착하는 어린이집 운영자나 단체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동과 보육교사에 대한 복지는 당연히 최소화될 수밖에 없고,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은 아동학대와 방관을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列子(열자) 說符篇(설부편)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옛날 제나라에 금을 몹시 탐내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맑은 날 아침, 그는 의관을 정제하고 시장으로 갔다. 그리고 금을 파는 사람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금을 움켜쥐고 가져가다가 관리에게 체포됐다.

 관리가 금을 빼앗고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그에게 물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버젓이 남의 금을 훔치다니 무슨 까닭이냐?”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取金之時(취금지시) 不見人(불견인) 徒見金(도견금):금을 잡을 때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그저 금만 보였습니다.” 욕심에 눈이 어두우면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어린이집 문제 해결의 단초는 CCTV 등을 동원한 삼엄한 감시와 엄벌이 아니라, 영리성을 최소화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린이집 설립과 운영의 공익성을 증대시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인 어린이를 기르고 가르치는 일 아닌가? 국가는 물론 지방정부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어린이집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확대하고,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관리로 아동학대가 일어난 곳이 우수 어린이집으로 평가됐다는 사실이 국민을 더욱 허탈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지원과 투자도 아낌없이 해야 한다. 보육교사들이 높은 전문성과 사명감으로 무장될 때 우리 아이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부모들은 안심하고 자녀들을 맡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찌 어린이집뿐이랴! 교육은 물론 각종 공공기관과 사회단체, 민간 단체도 자성의 눈으로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만 보이는 徒見金(도견금)이 아니라, 금은 보이지 않고 사람만 보이는 徒見人(도견인)의 문화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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