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9시 등교제를 시행했다. 잠이 많은 학생들은 9시 등교에 환호했고, 맞벌이 부부가 아닌 전업주부이거나 외벌이를 하는 가정도 아침 일찍 서둘러서 아침밥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어 9시 등교제를 적극 찬성했다.

하지만 어떤 좋은 제도를 만들든 간에 문제점이 있고, 반대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집단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9시 등교제를 실시한 지 6개월이 지난 현재 학교에서는 9시 등교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실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추가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9시 등교 이후 교실에서는 아침을 굶고 오는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9시 등교제 시행 이전에는 집에서 아침밥을 차려 놓아도 맛도 모르고 씹어 삼키기에 급급했다. 학교에 와서 초코바를 먹거나 배고파서 컵라면을 먹는 학생들도 많았다.

또 아침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이 확연히 줄었다. 30분에서 1시간 늦춰진 등교시간에 잠을 더 잘 수 있기 때문이다. 잠을 푹 잔 덕분에 학습 집중력도 좋아지고, 성장기에 신체적 발육까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9시 등교제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이 같은 수혜를 받지 못하는 학생도 있다. 특히 부모가 맞벌이인 학생들이 그렇다.

시행 이전에는 8시 또는 8시 30분까지 등교라 출근시간과 비슷했지만 시행 이후 먼저 출근을 해야 하거나 아니면 일찍 등교를 시켜 텅 빈 교실에서 학생 혼자 있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됐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아직까지도 9시 이전에 등교한 학생들을 위한 자율학습 등의 학생 돌봄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맞벌이 부모를 둔 학생들은 대부분 등교하고 수업시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책상에 엎어져 자기 일쑤다.

또 어떤 학생은 집에서 차로 1시간이 넘는 원거리 학교를 배정받아 출근길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한다. 9시 등교제의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한 채 출근길 직장인과 함께 만원 버스에 시달려야 한다.

출근길을 피해 더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 외에도 새벽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 과외 지출이 늘어난 것도 폐해 중에 하나다.

이처럼 9시 등교가 시작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9시 등교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9시 등교제에 따른 피해학생들을 위한 아침 돌봄 프로그램 등 제도적 보완이다.

9시 등교제의 안정된 정착과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추가 대응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