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뉴스를 보면 연일 사건·사고들로 시끄럽다. 층간소음, 주차 문제 등으로 이웃 간에 살인사건들이 일어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점점 각박해지는 것 같다.

최근에는 총기사건으로 가족 간에 살인사건까지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서로 배려와 격려 그리고 염려해 주는 훈훈하고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할 때다.

소통공간으로 대중화된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대표적인 트위터에는 140자까지 글자의 제한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려와 염려보다는 배려와 격려가 힘이 세다.

 사려 깊은 사람은 사람의 마음이나 능력을 우려하거나 염려도 하지만, 그 사람의 강점과 재능을 고려해 주고 장려하면서 우려하고 염려했던 기우를 말끔히 씻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은 지식생태학자·지식산부인과의사·자기개발 전문가 등으로 알려진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지식생태학자답게 멋진 글로 리트윗이 많이 된 글이다.

짧은 이 글의 내용 중에서 배려, 염려, 우려, 사려, 고려, 장려 등 ‘려’자가 포함된 글자가 11개나 된다. ‘려(慮)’란 한자어로 ‘생각할 려’이다. 그 의미가 주듯이 아름다운 말이다. ‘려’로 끝나는 단어들을 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여러 종류들이 있었다.

“배려: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써 주고 관심을 가져 줌. 염려: 앞일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서 걱정함. 우려: 근심하거나 걱정함. 사려: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함. 고려: 생각하고 헤아려 봄. 장려: 권해 좋은 일에 힘쓰도록 북돋아 줌. 독려: 지켜보면서 재촉하면서 격려. 격려: 용기나 힘 따위를 북돋아 줌. 사려: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 함. 심려: 마음속으로 걱정함. 성려: 임금의 염려를 높여 이르는 말.” 한글에 아름다운 말이 많지만, ‘려’자가 포함된 말들은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느낌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어떤 의미있는 말인 것 같다. 이런 말을 자주 사용한다면 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요즘 스토리가 있는 건배사가 신선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필자가 CEO 재임 시 유관기관장과의 만찬 간담회 자리가 있었는데, 돌아가면서 건배 제의하는 순서가 있었다.

 어느 기관장이 색다른 건배사를 했다. 최근에 세 여자를 사랑하게 됐단다. 즉 ‘배려라는 여자’, ‘격려라는 여자’, ‘염려라는 여자’ 등 세 여자라며 “3려(慮)야! 사랑해!”로 건배를 했다. 이런 건배사 하나로 만찬장 자리는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됐던 기억이 난다.

전 직장에서 퇴임할 때, 퇴임사를 하면서 원숭이 사냥하는 법을 얘기한 적이 있다. “미얀마(버마)의 어느 밀림에서 원숭이를 잡는 방법이 특이하다. 상자를 나무에 묶고 원숭이의 손과 팔이 들어갈 만한 조그만 구멍을 뚫어서 바나나를 넣어 두고 기다린다.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기 위해 그 구멍으로 자신의 손을 넣고 바나나를 움켜쥐면, 손이 빠지지 않는다.

사람이 와서 잡히는 순간까지도 쩔쩔 매기만 할 뿐 바나나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원숭이가 잡았던 손만 놓으면 다시 팔이 빠질 수 있어 도망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바로 이 원숭이의 애착과 미련의 바나나를 이제 그만 놓아 버리고, 꽉 잡고 있던 모든 것을 놓는 연습을 많이 하겠다고…. 이제 숨 가쁘게 올라온 언덕에서 잠시 쉬면서 시원한 바람도 맞고 땀도 닦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고 싶다고….”

남을 배려하는 의식은 선천적인 성격에도 많은 비중이 있겠지만, 어렸을 적부터 사회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한 바 있다.

금년 7월 중 법 시행에 맞춰서 법 시행령을 마련하고자 토론회와 공청회를 개최 중에 있다고 한다. 학교교육과 함께 사회교육도 좀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남에게 베풀어서 남들이 행복해지면 나도 행복해진다. 행복지수를 말할 때 내가 바라는 것을 줄이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라 한다.

감사하는 마음을 더한다면 행복지수는 더 높아질 것이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마음과 나눔을 실천하면서 살자. 위로 앞으로 보다는, 좌우나 뒤로 그리고 아래로 보자.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상대방을 염려하는 마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배려하는 것이 곧 나눔이다. 금전적인 기부만이 나눔이 아니다. 가장 세련된 삶의 기술이 배려이다. 배려라는 작은 실천이 녹색가치를 더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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