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위에서 다양한 영역의 학문체계를 보게 된다. 이러한 학문체계는 보통 하나의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어떤 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또한 어떠한 논리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관심있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 나가는지에 따라 학문체계는 달라진다.

서양 르네상스와 16세기 종교 개혁을 걸쳐 새로운 근대과학의 시대가 열렸다. 그 당시 천체학으로 대표되는 물리학의 발전은 다양한 새로운 학문체계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16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 뉴턴으로 계승된 근대 과학은 지금까지 현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을 확 바꾸어버렸다. ‘패러다임’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물리학자이자 과학철학가인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이룬 대표적인 학자로 코페르니쿠스를 꼽는다.

그러나 ‘science(과학)’라는 용어는 19세기에 와서야 등장했다. 자연현상만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이라는 개념은 사회현상, 경제현상 등 모든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론에 적용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현재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은 자연과학으로, 사회학, 경제학 등은 사회과학으로 불리고 있다.

과학이라는 개념이 인문학적 관심사까지 침투하게 된 경위는 뉴턴 역학으로 대표되는 물리 이론들이 거의 완벽할 정도로 자연현상을 설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사회현상, 경제현상 등을 설명하고자 한 연구자들이 과학에서 사용하고 있던 과학적 사고방식과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하게 되었다.

사회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이 사회학(sociology)이다. 근대사회의 과학적 자각에서 발생한 사회학은 인간의 사회생활을 연구하는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 19세기 초에 정립되기 시작하였으며, 사회학의 용어는 1830년에서 1842년에 걸쳐 간행되어 전체 6권으로 구성된 콩트의 저서인 ‘실증철학강의’의 제4권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학문은 경제학(economics)인데, 인간이 행하는 경제행위에 대한 연구라는 관점에서는 사회학의 일부에 속하는 것 같지만, 경제학이 학문으로서 체계를 갖춘 것이 1777년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면, 사회학과 별개의 학문 영역임이 분명하다.

현대에는 경제학과 사회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며, 특히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복잡성이 증대되는 사회체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 해결사로 등장하고 있다.

경제학과 사회학의 공통점 중에 하나가 물리학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완성자로 불리는 뉴턴의 운동법칙은 마술과 같이 천체 운동 뿐만 아니라 지상 운동까지도 완벽하게 설명하였고, 18세기 들어 수학의 발전에 힘입어, 그당시 연구자들은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근접했다고 평가하였다.

 이에 과학적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은 18세기 말 최초 경제학자와 19세기 초 최초 사회학자들이 출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현재 학제간 연구, 학문간 영역 파괴, 융합 학문 등의 용어들이 트랜드화되고 있고 있으며, 학자들은 어떻게 학제간 벽을 허물지를 고민하고, 학문간 방법론을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근대과학의 근간인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 환원주의의 관점에서의 학문의 분화는 당연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양자역학과 상대론을 기반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현대물리학은 근대과학 발전의 핵심인 인과론적이고 결정론적 환원주의의 과학방법론을 버리고, 확률적이고 불확실성을 지닌 전일주의의 과학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토마스 쿤이 말한 또다른 패러다임이 전환을 이룬 학자로서, 상대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이 꼽힌다. 21세기 들어 정부, 지방정부, 기업, 가계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재정 악화로 인해 인천시는 최악을 치닫고 있을 뿐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 연장과 종료, 원도심 도시재생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난 6일 발표한 인천시 2030년 도시기본계획안은 인천의 비전을 녹아내는 계획안이 아니라, 구시대적 방법론인 국토 개발과 도시 개발 관점에서의 계획안이다.

70~80년대 주로 사용했던 도시개발 계획안의 패러다임을 버려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시 주인인 사람들이 어떠한 도시를 원하고, 그들이 원하는 삶을 만족하기 위해서 어떠한 도시 형태를 갖추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학문의 발전은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을 통해 이루어졌듯이, 인천 발전은 기존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버린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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