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승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7년 전 무더운 여름, 곰팡이가 가득 피어 집 안 가득 악취가 진동하는 인천의 작은 반지하 방에서 홀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경민(가명)이를 처음 만났다. 그 당시 경민이를 혼자 키우던 시각장애인 아버지가 시설에 입소한 후 경민이는 홀로 방치된 상태였다.

12년 전만 하더라도 경민이는 아동시설에 입소해 보호를 받거나, 소년소녀가장이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아동복지법에 따라 2003년부터 시행된 가정위탁보호제도가 생겨나면서 경민이는 일반적인 가정의 품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가정위탁이란 친부모의 사망·질병·이혼·수감·가출·학대 등으로 인해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 아동들이 일반 가정에서 일정 기간 동안 위탁돼 안전하게 양육과 보호를 받도록 하는 대표적인 아동보호제도의 하나이다.

가정 내에서의 보호가 어려울 경우 과거에는 시설에 입소하거나 미성년 아이들이 독립해 홀로 살아가면서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시설 양육의 경우 많은 아동들이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성장기에 필요한 개별적인 관심을 받지 못해 적절한 애착 형성이 쉽지 않다. 또 소년소녀가장의 경우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을 사회가 방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를 계기로 2003년부터 전국적으로 가정위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정위탁은 아이들이 친가정과 유사한 양육환경에서 적절한 보호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다만 원(친)가정 복귀를 전제로 친부모가 다시금 아이를 맡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될 때까지 위탁보호를 한다는 점에서 입양과는 맥을 달리 하고 있다.

이처럼 가정위탁보호제도는 원하지 않는 위기를 경험하면서 심리·정서적으로 매우 위축된 아이가 짧은 시간 안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친부모 역시 상담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받아 사회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가정위탁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나타난 시점에 아동을 보호해 줄 위탁부모와 가정을 적절하게 연계해 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가정위탁보호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해 위탁부모의 수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가정위탁을 신청해 대기 중인 예비 위탁부모가 25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올해 4월 기준으로 경민이와 같이 가정위탁보호제도를 통해 보호 중인 인천지역 아동은 총 708명이다. 이 중 21%에 해당하는 146명이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영·유아 또는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동들이다.

또 전국 가정위탁의 약 70%는 아직도 조부모들이 맡고 있다. 혈연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사회에서 아직까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혈연관계가 없는 일반 가정의 관심과 신청이 필요하다.

피치 못할 이유로 친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아이들이 친가정과 유사한 양육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고, 그런 가정에서 안전하게 자라야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탁부모로서 참여해 주시는 분들의 발길이 이어져 가정위탁보호제도가 하루빨리 활성화돼야 한다.

매년 5월 22일은 가정위탁을 활성화하고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으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가정위탁의 날’이다.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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