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 장애인 문학공모전 입상작
 (은상) 김종선(지체 1급, 경기도 의정부)

-달래-

▲ 김종선

종달새가 날지 않는 보리밭
반 뼘쯤 자란 보리 싹은
어린날 이발소의자에
널빤지를 놓고 앉아 깎은 상고머리 같다.

민들레꽃 해바라기 꽃처럼 웃는
밭둑에서 달래를 캔다.

할매 머리카락 같은 달래 뿌리

작가의 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 자주 피곤해지고 오후만 되면 졸리다.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는 모양새는 영락없는 하마다. 신체의 일시적 환경 부적응은 춘곤증(春困症)으로 몽환(夢幻)에 들게 한다.

내가 자란 유년시절 농경문화의 목가적인 풍경은 산업화된 문명 속에서 많이 훼손됐다. 이 땅의 주인인 자라나는 어린 친구들에게 지나간 시간 속에 있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지 못하고 잠시라도 머물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아쉽다.

오늘날 물질은 풍요롭지만 정서적 결핍의 후유증은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한다. 문명의 이기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지나간 봄날의 아련한 풍경을 텍스트화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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