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입원했을 때 마리아(이현옥)수녀님이 지극 정성으로 기도해 준 것이 인연이 돼 인천성모병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어요."

최정자(58)씨는 사실 개신교 신자다. 하지만 봉사활동에 종교의 벽은 없었다. 마리아 수녀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최 씨는 매월 2회씩 요양원 노인들의 머리를 손보는 일을 하고 있다. 미용 봉사자가 혼자이다 보니 48명 노인 모두의 머리 손질은 그의 몫이다.

그에게 ‘자원봉사’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아마 일반사람은 모를 거다"고 입을 뗀 그는 "머리가 깔끔히 다듬어지면 여기 있는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가치 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매 순간 느끼는 행복감이 ‘자원봉사’가 갖는 의미라는 것이다.

최 씨는 무보수 미용봉사를 펼친다. 하지만 성모요양원의 노인 중 일부는 그가 돈을 받고 머리 손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노인들이 마음 편히 머리 손질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최 씨의 ‘하얀 거짓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미용 보자기를 뜯을 정도로 심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도 계시지만 ‘돈을 못 줘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래서 미용봉사 대가로 돈을 받는다고 거짓말할 필요가 있어요."

최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손 연골이 찢어져 오는 10월 수술 일정이 잡힌 상태다.

하지만 수술보다는 봉사활동을 한동안 중단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크다. 수술 후 회복되는 대로 미용봉사를 다시 시작하겠지만 그동안 자신을 기다릴 노인들이 눈에 밟힌다.

실제 요양원에 있는 48명 노인들은 최 씨 방문일을 마치 친딸이 오는 것처럼 기다린다.

최 씨의 동료 김주연(28·여)사회복지사는 "최 씨는 시어머니 모시듯 요양원 어른들은 대한다"며 "머리를 짧게 손질하는 일반적인 미용 봉사자와는 다르게 노인들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다 맞춰주니 어른들이 안 좋아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