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족, 죽마고우와 직장동료들. 아울러 늘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그 소중함을 덜 느껴온 물건들도 있다. 숨 쉬는 데 부족함이 없는 공기, 스위치만 누르면 어둠을 밝혀주는 전기, 그리고 늘 펑펑 쏟아지는 수돗물.

2007년 영국의 ‘브리티시 메디칼 저널’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160년 동안 의학 분야의 가장 위대한 성과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고, 그 결과 우리의 예상처럼 항생제, 마취제, 백신이 각각 2, 3, 4위로 상위를 차지했지만, ‘깨끗한 물과 하수도’가 1위를 차지하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는 매일같이 6천여 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남의 이야기로 들리는 이런 상황도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다.

 전국적으로 수돗물이 보급되기 이전인 1970년대 초까지 국내에서도 콜레라, 이질 등의 수인성 전염병 환자들이 다수 발생했으며,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인 1900년대 초,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36세밖에 되지 않았던 사실과 현재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세를 초과하는 현실이 ‘깨끗한 물’이 인간의 건강한 삶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가에 대한 증명이라 생각한다.

인천은 서울과 더불어 1908년 국내 최초로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한 도시다. 지난 107년간 인천시 상수도는 질과 양 모두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 왔다.

 1990년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을 계기로 인천시는 이듬해인 1991년 체계적인 수질분석을 통한 수돗물 품질향상을 목적으로 수질연구소를 개소했다. 이후 수질연구소는 석·박사들로 구성된 우수한 연구진과 첨단 분석 장비들을 이용해 인천시 수돗물의 생산·공급 전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 대처하는 2중 3중의 수돗물 안전체계를 구축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수질연구소는 59개인 법정 수돗물 수질항목의 세 배에 가까운 173 항목들에 대한 분석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분석항목의 증가와 더불어 분석능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수질연구소의 분석결과가 전 세계 국가에서 인정받는 기관 자격을 2008년에 획득해 유지하고 있다

. 25년에 걸쳐 수질연구소가 실시한 수질분석의 결론은 인천시 수돗물이 마시기에 적합한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깨끗하고 안전한 물이라는 것이다.

매년 강화되고 있는 국내 수돗물 검사항목과 수질 기준으로 현재 수돗물의 수질이 육칠십 년대의 그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깨끗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고, 2002년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에서 우리 수돗물이 전 세계 122개국 중 8위에 선정되었음에도 현재 국민 대다수가 수돗물은 마실 수 없는 허드렛물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이는 낙동강 페놀 사건으로 대표되는 수질오염사고, 녹물, ‘녹조 라떼’라 불리는 여름철 식물성 플랑크톤의 번성 등 수돗물과 관련된 부정적 보도들을 접하면서 형성된 불신과 불안감 그리고 수돗물이 시판 생수나 정수기 물에 비해 염소 냄새가 나서 맛이 없다는 현실적 불만이 주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법상 수돗물은 급수과정 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농도(0.1mg/L) 이상의 잔류염소가 반드시 함유돼야만 하기에 염소 냄새가 나지 않는 수돗물을 공급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하지만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염소 냄새를 최소화하고 물맛을 더 좋게 하는 고도정수처리공정의 조기 시행을 결정했고, 현재 관련 시설의 건축이 진행 중이다.

인천시 수돗물 품질관리의 첨병인 수질연구소의 장으로서 시민 여러분들께서 현재 가지고 계신 막연한 불안감이나 선입관이 아닌 과학적 자료에 기초한 새로운 관점에서 인천시의 수돗물을 평가하여 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앞으로도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는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실시함으로써 시민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물 전문기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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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영주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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