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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상욱 오산시장
숨을 고르며 찬찬히 생각해보니, 지난 몇 개월간 자유학기제 준비하느라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분들을 만나면 늘 그 얘기부터 먼저 꺼낸 것 같다. 공공기관이나 사업장을 진로체험장으로 개방해 우리 아이들이 맘껏 배우고 체험하도록 잘 보살펴 달라는 얘기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자유학기제는 요 근래 정부가 내놓은 교육정책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정책이라고 본다. 오산시가 그려온 미래 학교의 모습과도 가장 잘 부합한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쉴 새 없이 배움에 시달린다. 인성교육이나 소양교육 진로진학 탐색 등은 입시 경쟁하느라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자유학기제는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숨 쉴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 아일랜드 전환학기제에 견주면 한 학기가 짧은 느낌도 들지만, 우리 교육 현실에서 이 정도라도 소중한 진전이다.

오산의 자유학기제는 올 2학기부터 시작한다. 자유학기제는 진로진학 탐색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문제뿐 아니라 학교 바깥의 체험교육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도시 전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청이나 학교만으로는 만만치 않다. ‘울타리 밖 학교교육’을 지자체와 지역사회, 학부모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이유다.

오산시는 일찍부터 범도시적으로 학교 교육 지원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4년 전 경기도교육청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면서 독특하면서도 효율적인 다양한 학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시민참여학교’다.

오산 전역을 교육 현장으로 활용한 시민참여학교는 ‘학부모 스터디’라는 동아리에서 학습한 학부모가 수업을 진행한다. 평생학습과 학교 교육 지원, 일자리 창출 등이 함께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꿈찾기 멘토스쿨’도 자유학기제와 바로 연결된다. 작년 한 해에만 각계 전문직업인으로 구성된 멘토단 198명과 시민, 대학생들이 9천 명 가까운 학생들에게 진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이처럼 일찍부터 자유학기제 교육철학을 구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오산시는 어떤 도시보다 자유학기제 실행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오산시가 자유학기제에 대비하는 핵심 프로그램은 ‘미리내일학교’다. 학생들이 관공서, 기업체, 사업장 등에서 직접 체험하는 청소년 직업체험학교다. 오산시가 꾸준히 개발하고 실행해오던 기존 프로그램을 심화 확충해 자유학기제에 최적화한 교육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오산시의 목표는 전국 으뜸가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교육지원청, 시청, 시의회를 비롯한 17개 기관과 자유학기제 지원협약을 체결하고 올 초에는 이들 기관들이 다시 모여 자유학기제 지원단을 구성했다. 관내 공공기관, 학교,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을 망라해 ‘자유학기제 지원협의회’도 출범했다.

이달 초에는 화성시와 진로체험장을 확대 공유하기로 협약했고 수원, 용인시와도 같은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진로체험 장소와 프로그램 부족 등 어려움이 있으면 자역사회 차원에서 다 함께 나서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지난 3월부터는 미리내일학교에서 진로 코칭을 할 학부모 1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0개 직업분야 100여 개 진로체험장도 구성 완료했다. 오산시 택시협회까지 나서서 까다로운 과제였던 아이들의 체험장 이동을 도맡기로 했다.

숨 가쁘게 진행해온 자유학기제 준비도 이제 거의 마무리됐다. 오산시 전체가 온 도시를 누비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아이들 모습을 고대하고 있다. 교육도시 오산이 꿈꾸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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