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태어난 뒤 대한민국 국적을 잃었던 70대 여성이 행정소송 끝에 60여 년만에 국적을 되찾았다.

29일 수원지법에 따르면 A(75·여)씨는 일제강점기였던 1940년 4월 21일 중국 랴오닝성에서 태어난 이주동포 2세다.

A씨는 경북 경산에서 만주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1949년 10월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면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채 중국 국적을 갖게 됐다.

그러나 당시 중국의 호구부에 생년월일이 실제와 다른 1940년 7월 22일로 기재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남편과 사별한 뒤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던 A씨가 1995년 5월께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국내 관련법상 나이로 인한 자격미달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1992년 60세 이상 중국 동포들에게 친척방문 목적의 입국을 허용한 뒤 1994년 7월에 대상연령을 55세로 낮췄지만, A씨는 중국 공부상 생일이 3개월 가량 늦게 기재돼 대상연령보다 1살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생년월일을 1939년 7월로 속여 여권을 발급받고 국내에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방문비자를 통해 입국했다. 이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 거주하던 A씨는 2011년 법무부에 국적회복 허가를 신청했지만 당시 법무부는 "장기간 불법체류하고 위·변조한 여권을 행사해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에 해당한다"며 국적회복 신청을 거부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심판청구를 기각하자 A씨는 지난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국적회복불허가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방문 요건을 갖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생년월일을 속였고, 생계를 위해 불법체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했고, 재판부는 원고 승소판결 했다.

국적을 잃은 지 66년만이다.

수원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장순욱)는 "원고의 실제 생년월일대로라면 당시 원고는 방문자격을 갖추고 있었다"며 "피고가 불허처분의 사유로 삼은 불법체류와 위·변조여권행사만으로 원고가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되는데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적회복 처분의 판단은 성별과 연령, 직업, 가족, 경력, 전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원고와 같은 중국 동포들의 국적을 회복해 주는 것은 오랫동안 국권을 잃은 나라의 유민으로서 이들이 받은 역사의 상처를 국가가 치유한다는 의미도 가진다"고 덧붙였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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