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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구 인천시 관광특보
지난 달 28일 문화, 관광 등 각 분야의 인천시장 특별보좌관 임명식에서 문화특보로 임명된 김상원 인하대 교수께서 ‘문화가 없는 관광은 사상누각과 같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백 번 공감한다. 두말 할 필요 없이 문화는 관광의 든든한 토대이며 핵심이기 때문이다.

 먼저 문화를 보자. 문화란 특정 사회집단의 교양과 지성의 결정체이다. 문화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하며 반드시 인간을 위한 특별한 가치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문화는 집단 구성원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의 총체이기도 하다.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는 대를 이어 계승되고 학습된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그래서 문화를 통해 각각의 집단을 구분하고, 그 집단의 수준을 평가하기도 한다.

 관광은 색다른 자연과 문화의 체험활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관광객은 그들이 사는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롭고도 이색적인 문화를 만끽하고 싶어 한다.

 때로는 다소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라도 그 곳(관광지)만의 문화적 가치를 경험하고 즐기려 한다.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스핑크스상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고,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인상 쓰면서까지 먹어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게 문화관광의 참맛이다.

 몇 년 전 논문을 쓰기 위해 시민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인천이 문화도시라 생각하는가’를 묻는 항목에 일반시민은 11%, 공무원은 13% 정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화 예술인들은 100명 중 단 6명 정도만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당시 인천의 문화적 환경과 수준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인천의 발전상을 감안하면 지금은 물론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민들의 의식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안감은 남는다.

 인천을 찾는 관광객,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은 어떻게 인천의 문화를 체험할 것이며, 무엇을 보고 인천의 문화를 평가할 것인가? 그런 시답지 않은 의문에도 답이 시원스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유치와 증진, 정말 중요하다. 그들이 인천에서 쓰는 돈은 지역경제의 알토란 같은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제 발로 다시 인천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 인천을 자신 있게 관광지로 추천하게 만드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충성도(loyalty) 있는 관광객을 육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관광은 구전(口傳)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상품이 아니던가.

 관광 충성도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길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 보여주는 정다운 미소와 친절, 연수동 민박집 주인이 차려준 따뜻한 한 끼 밥상, 소래어시장 상인의 통 큰 에누리 따위에도 그들은 크게 감동하게 마련이다.

거기에 문학동 도호부 청사에서 펼쳐지는 신명나는 민속공연이나, 강화 전등사에서의 고즈넉한 사찰체험 같은 게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렇게 얻은 감동은 쉬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게 진정한 문화관광이다.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호텔이나 쇼핑시설 따위는 한참 뒤다. 인프라가 아니라 콘텐츠가 문제라는 거다.

 세계관광기구(WTO)는 자체 발간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국제관광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문이 문화관광이라고 했다. 문화와 관광의 협업과 조화(collaboration)가 관광진흥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연구 결과였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관광 선진국들은 관광객의 감동을 배가해 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그 대열의 맨 앞에 인천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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