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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순 인천시 서구의회 의원
세대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요즘 사회에 모두에게 꼭 필요한 글이 아닐까 해서 적어 본다. 노자안지(老者安之) 붕우신지(朋友信之) 소자회지(少者懷之).

노인은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에게는 믿음을 주고, 젊은이는 감싸 줘라. 이 글은 공자가 일생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야 할 좌우명으로 제시한 글이다.

 또 공자는 제자들이 "선생님의 제일 큰 소망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을 때 편안한 표정으로 "내 소망은 나를 낳아 주고 키워 주신 부모와 노인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자식이 부모를 안심시키는 일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너희가 늙어 대접받고 싶으면 노인을 편안하게 해 드려라"라고 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기억력이 떨어져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되고, 듣는 사람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자기 이야기만 신나게 한다.

이러다 보면 듣는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말을 고역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세대 간 대화가 힘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한국전쟁과 보릿고개를 겪은 노인세대들은 한국전쟁 때 전투 이야기나 경제가 어려운 시절 고생고생하면서 자식들 공부 가르치고 나라경제를 일궈 놓은 이야기를 자랑으로 신나게 말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이 같은 이야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기에 답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답답하게 보이는 노인들의 모습을 미래 자신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하고 내 부모나 남의 부모나 노인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말벗을 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2%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는 오래 살고 싶어 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고령화사회가 진전되면서 불가피하게 노인복지는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젊은이들에게 노인에 대한 부양 및 보호의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노인보호 전문기관에서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정서적 또는 신체적 학대를 받는 노인들이 70%로 나타나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노인들이 육체적인 노쇠만큼 점차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학대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노인들의 학대는 요양원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지만, 요양원에 노부모를 맡기는 자식들은 잘 부탁한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아예 연락을 끊는다.

그래서 노인이 사망했을 때 보호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마지막 가는 길에 애지중지 기른 자식들을 보지 못하고 쓸쓸히 떠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족들이 찾아오지 않는 노인들은 그리움과 외로움에 시달리다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숫자가 점점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는 노인들은 늙는다는 것이 두렵고 무섭다며 오늘날 풍요를 만들어 준 노인들이 받아야 할 예우가 겨우 이것인가 생각하니 서글퍼진다고 한다.

 하기야 자식도 어려서 귀염둥이로 품안에 있을 때 자기 자식으로 느껴졌을 뿐이지, 커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식들은 이미 남이라는 말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삼강오륜이 무너지고 부모를 모시고 살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충효사상이 중요했던 선조들의 세대와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현 세대를 보노라면 사회가 왜 이렇게 변하고 있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이들도 앞으로 20∼30년이 지나면 노인이 된다. 현재의 노인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미래 자신에게 불행을 안겨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오늘의 노인세대는 어디로 보나 과도기적으로 불행한 세대이다. 경제적으로 빈궁한 시절에 경제성장을 위한 주역으로 많은 희생을 해 왔다. 그렇다고 정부나 젊은이들에게 호혜원칙에 입각한 부모세대를 책임지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새해부터는 젊은이들이 노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생각할 줄 아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낳아 준 부모를 버리는 경시풍조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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