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1월 21일 인천시 중구 신포동 ‘돈비어천가(옛 태능갈비)’에 그들이 모였다. 인천내항 8부두 대책위원회 회장인 신병우(61)전 중구의회 의원이 마련한 회합이었다. 김상은(61)신포상가연합회장과 차이나타운, 신포지하상가 대표 등이 조용히 만났다.

‘내항 8부두를 이대로 둘 것인가’를 놓고 넋두리가 시작됐다. 당시 8부두는 고철부두였다. 시뻘건 쇳가루와 덜컹거리는 굉음으로 주변 상가와 주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었다. 더군다나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공사는 항만 재개발과 폐쇄 요구가 빗발치는 8부두 고철부두 사용(만기 2007년 4월 30일)을 1년 연장했다.

그해 5월 31일 8부두 대책위원회는 인천내항살리기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창립총회를 열면서 확대 개편됐다. 위원장은 김상은 회장, 8부두 시민 개방의 출발점이었다.

"30년 동안 신포동 패션거리에서 의류사업을 하면서 돈도 만졌고,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죠." 김 회장이 대책위를 맡은 이유였다.

신포동 상권은 1998년 IMF관리체제 이전만 하더라도 서울 명동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잘나갔다. 하지만 그 뒤 상권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낡은 항만시설과 환경오염이 그 원인이었어요. 기회가 주어지면 떠나는 도시, 내항을 끼고 있는 중구의 현실이었죠." 김 위원장은 가두서명 운동을 벌이고, 내항 재개발 조기 시행 촉구 집회를 열었다. 낡거나 놀고 있는 항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개발 대상지로 내항이 빠지고 엉뚱하게 지번조차 없는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지금의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이 끼어 있던 탓이었다.

그는 그해 10월 중구·동구·남구 등 피해지역 주민 7만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 청원했다. 정부가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대신 내항을 항만 재개발 대상지로 고시하라는 요지였다.

"농림해양위 여야 간사는 당시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을 재개발 대상지에 포함시킨 것은 항만재개발법을 빙자한 대표적인 악법의 사례로 꼽고 준설토투기장을 재개발 대상에서 뺄 것을 주문했었죠."

그러자 국토부는 준설토투기장 개발이익을 내항 재개발에 투입하겠다는 논리를 폈고, 국회는 못 이긴 척하며 내항과 함께 준설토투기장도 항만 재개발 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는 선에서 청원을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청원 채택으로 내항 재개발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8부두 일부가 개방되기까지 9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항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항만세력과 그 속에서 이해관계로 얽힌 정치권의 눈치 보기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2조388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북항 재개발 사업에는 지하차도와 보행데크 등 국비 지원 계획액이 5천200억 원(확보액 2천억 원)입니다. 인천내항 재개발에 국비를 지원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김 위원장이 바라보는 내항은 위기다. 지난해 내항의 물동량은 2천982만1천599t이었다. 인천항 전체 물동량의 19.9%에 불과하다. 인천신항과 남항 등이 본격 가동할 경우 내항의 물동량은 2천만t으로 떨어져 가동률이 40%대로 곤두박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8부두는 미완의 개방입니다. 전 세계 항만 재개발을 보면 그 중심에는 물류가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1~8부두 전체를 놓고 개발 방향을 논의하고 차근차근 진행해야 합니다." 8부두 개방을 이끌었던 김 위원장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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