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31일(현지시간) 신년사에서 기록적인 난민 유입이 "내일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를 녹화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신년사를 녹화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EPA=연합뉴스)

난민 포용에 대한 반발 여론과 반대론자들의 정치적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신년사를 통해 이처럼 난민 유입이 오히려 독일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미리 배포한 신년사 원고를 통해 "국가는 항상 성공적인 이민으로부터 경제적, 사회적으로 혜택을 얻고 있다"며 난민들이 독일 사회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 난민들과의 통합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독일은 충분히 잘 대처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난민 유입으로 야기된 거대한 과업을 수행하면 이것이 미래를 위한 기회를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은 강한 국가이기 때문에 이것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난민 포용 반대론자들을 겨냥해 "심장에 냉소와 증오를 지닌 사람들을 따르지 말아야 한다"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퍼뜨리는 '증오의 선동'을 거부하고 독일 국민이 단합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것을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반복하면서 국경 단속을 강화하라는 대내외적 압박 등 난민 반대 움직임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독일 제2공영 ZDF 방송을 통해 31일 오후에 방송되는 메르켈 총리의 신년사는 이후 아랍어, 영어 자막과 함께 온라인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는 올 한 해에만 내전 중인 시리아 등 중동 지역 출신들을 중심으로 작년의 5배인 110만 명의 난민이 망명을 신청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을 수용 중인 메르켈 총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타임, 파이낸셜타임스(FT), AFP 등 세계 유수의 언론매체로부터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이동 중인 중동 출신 난민들(EPA=연합뉴스DB)
이동 중인 중동 출신 난민들(EPA=연합뉴스DB)

새해를 맞아 독일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신년사 자막 외에도 난민들을 위한 다양한 배려를 내놓고 있다.

독일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대중지 빌트는 가판대에 아랍어판을 내놓기 시작했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등 최소 4개 주의 몇몇 지방 당국은 난민수용시설 보호 등을 위해 연말 폭죽놀이를 금지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아른스베르크 지역은 전쟁 중인 국가에서 온 난민들이 폭죽 소리를 들으면 전쟁의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수 있다는 점을 폭죽 금지 사유로 꼽았다고 슈피겔 온라인 등 독일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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