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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올해 인천 연수구에 새로운 학교가 문을 연다. 3월 송도국제도시에 개교 예정인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기존 과학영재학교와는 달리 수학·과학 분야는 물론 인문·예술적 감수성까지 겸비하는 융합형 창의인재를 양성하는 영재학교로, 전국적으로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글로벌 대학 및 다양한 국제기구, 국제연구소가 이미 들어서 있는 교육국제화특구 송도에 둥지를 트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의 개교를 32만 연수구민을 대신해 진심으로 환영한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2012년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에서 교육부 공모 신청을 통해 유치됐다. 당시 인천시 영재학교 유치계획에 따르면 서울·경기·부산·대구·광주·대전 등에는 과학영재학교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전국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천에만 과학영재학교가 없었다.

 이로 인해 시는 인천지역 인재들의 타 지역 유출이 심각한 상황으로 판단해 명품 교육도시 조성을 위해 과학영재학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시가 2012년 10월 공모 신청 마감에 임박해 과학영재학교 유치를 위해 무리한 제안을 했다는 데 있다.

당시 시는 학교 운영을 위해 연수구에 운영비의 25%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당시 구청장은 이에 대한 협약서(MOU)를 체결해 줬다. 흔히 양해각서라고 하는 ‘MOU’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나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기관이나 단체 간에 맺는 일종의 약속이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이러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과거의 급박한 일이었지만 과학영재학교 운영비가 32만 연수구민의 노력과 땀의 결실로 거둬들인 혈세로 지원되는 것인 만큼 실제 예산을 지원하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당시 윗선들은 학교 유치를 위해 운영비 지원 등의 결단을 내렸지만 연수구민 누구에게도 이를 허락받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년 학교운영비 25%를 지원해야 하는 점은 아무리 곱씹어도 ‘비정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자. 현재 연수구에 있는 초·중·고 57개 교에 연간 약 20억 원의 교육경비가 지원되고 있다.

이를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한 학교당 1년에 3천500여만 원의 교육경비가 지원되는 셈이다. 장기 불황으로 세수는 점점 줄고 있는 반면 교육경비 지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올 한 해 운영비는 약 30억 원이다. 교육청은 연수구에 7억5천만 원의 운영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3천500만 원 대 7억5천만 원. 한 학교에 지원하는 교육경비가 무려 20배 차이나 난다.

과학예술영재학교 한 학교가 연수구 전체 학교에 지원하는 교육경비의 ⅓을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올해 입학생이 3학년이 돼 1∼3학년이 모두 재학하고 있을 때의 지원금이다.

현재 추정으로는 무려 연간 10억 원 이상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주목해야 할 사실도 있다. 영재학교가 있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연수구처럼 기초자치단체가 운영비를 부담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연수구는 MOU 체결 당시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는 사항이 있다. 정부와 인천시, 시교육청이 함께 추진하는 영재학교 사업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 운영비를 지원하되 학교에 연수구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우리 연수구 아이들을 위한 입학쿼터제를 신설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서울 강남에 비교되는 연수구 교육수준은 다른 어느 도시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공기관 등이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하고, 지방국립대 등도 해당 지역 출신 수험생을 일정 비율 입학쿼터를 주고 있다.

하물며 영재학교는 주지 않아도 될 연수구의 교육경비를 지원받는 만큼 32만 연수구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최소한의 입학쿼터제를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전국의 많은 영재 학생들이 오는 3월 개교하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입학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한민국과 세계를 이끌어 갈 인재 양성의 배움터가 될 자랑스러운 과학예술영재학교가 될 수 있도록 관계 행정기관에서는 열린 마음의 자세로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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