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범행을 저지른 외국인들이 검거 전 본국으로 도주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이들에 대한 출 국시점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를 해결해야 할 경찰청은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하는 등 경찰 조직 내 행정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외국인 범죄는 2013년 8천689건에 이어 2014년 1만69건, 지난해 1만2천620건 등 매년 증가세다.

특히 이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저지르는 범죄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불법체류자들이 오랜 기간 법무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뒤 출국해 검거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여주시에서 농장주를 납치·살해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불법체류자 2명이 사건 직후 출국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도 광주시에서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가 내국인 남성을 살해한 뒤 다음 날 출국하는 등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범죄를 저지른 뒤 본국으로 도주했다.

사정이 이렇자 경기청은 지난해 11월 불법체류자의 출국 시점을 일정 시간 유예시키는 방안 마련을 경찰청에 요청했다.

경기청은 불법체류자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를 목적으로 자진 출국 의사를 법무부에 타진했을 때 출국 시점을 48시간가량 지연시켜 경찰이 수사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체류자의 자진 출국 사유에 대한 진위 조사를 보다 철저히 하고, 관할 경찰서에 관련 사실을 통보해 범죄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선의 한 경찰은 "단 며칠만이라도 외국인 범죄자들의 출국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검거할 수 있는데 현재로써는 아무런 제재장치가 없어 아쉽다"며 "경찰청은 조속히 관련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청은 경기청의 요청을 받은 뒤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현재 경찰청 내 어느 부서에서도 이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청이 불법체류자의 출국 시점 유예 요청을 할 때 ‘정책제안’ 수준으로 요청을 하다 보니 정확한 부서가 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써는 어느 부서에서 이를 담당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경찰의 공식 요청이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경찰들의 수사상 어려움은 공감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찰청에서 아무런 요청도 들어오지 않은 상태로 법무부에서 먼저 나서서 제도를 마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경찰의 공식 요청이 있다면 충분히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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