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16 수원화성(華城) 방문의 해’ 개막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올해 1년 동안 추진되는 ‘수원화성 방문의 해’의 첫 번째 행사다.

 수원시가 주최하고 ㈔화성연구회가 주관, ‘정조사상과 세계문화유산 화성 가치 국제화’를 주제로 라마다프라자 수원호텔에서 열린 학술대회는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맞아 정조의 개혁사상과 수원화성의 가치 극대화를 통한 수원의 미래상 제시 및 수원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자리로 진행됐다.

# 화성과 정조 그리고 인문도시 수원의 미래

 본격적인 주제발표 및 토론에 앞서 ‘화성과 정조 그리고 인문도시 수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도올 김용옥 씨의 기조강연에서는 수원화성과 이를 축성한 정조의 관계 및 인문도시로써의 수원의 가치 등에 대한 강의가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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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방문의 해 기념 학술대회가 20일 오후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열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화성과 정조 그리고 인문도시 수원의 미래’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마친 뒤 염태영 시장과 도올 김용옥, 김진우 수원시 의회 의장과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용옥 씨는 "정조가 쓴 사상일기의 일종인 「일득록」을 보면 늘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며 "그가 희망했던 새로운 세계가 곧 수원화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화성 자체를 정조가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화성을 통해 새로운 우리 민족의 도시 패러다임을 만들고, 조선 왕조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겠다는 발상에서 수원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정조의 이상적 패러다임을 구현하는 것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비전이며, 결국 21세기 패러다임의 본원은 수원화성"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옥 씨는 "최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매년 8∼15%에 그치는 등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처럼 21세기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이런 새 문명의 전기에 우리가 수원화성을 키운다는 건 비단 수원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전 인류 패러다임의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다양한 주제로 알아본 수원화성과 정조

 학술대회 참석자들은 2시간여에 걸쳐 발표된 다양한 주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가장 먼저 발제자로 나선 박현모 여주대학교 교수는 ‘정조의 사중지공(私中之公)론 연구:정조사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조건’을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박 교수는 "정조는 부친 사도세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수원화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대의명분을 만들고 지지세력을 규합하며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 줬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초 지금의 서울시립대 근처의 배봉산 자락에 위치해 있던 사도세자의 묘가 정조 재위 13년인 1789년에 위치를 수원으로 옮기는 과정이 정조의 정치력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재위 전반부의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사도세자 묘의 천장 과정에서 국왕의 권위나 힘을 동원하지 않고 할아버지 영조의 사위를 통해 천장 문제를 제안하도록 한 뒤 반대 의견이 제기되지 않도록 신하들의 조상들 및 각 붕당의 영수들을 사면시키거나 복권시키는 명예 회복 조치를 펼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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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교수에 이어 박철상 고문헌연구가는 ‘정조시대 문화의 국제성:활자와 인장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는 "임란과 호란을 거치면서 조선의 모든 시스템은 파괴됐고, 이때 등장한 인물이 정조"라며 "그 핵심은 출판으로, 전통시대의 출판은 한 시대의 정치와 문화, 경제와 기술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했다.

 또 "청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정조가 활자와 인장을 어떻게 수용했는지 살펴봄으로써 그 시대 문화의 국제성의 일면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가는 "정조시대의 문화는 조선 문화의 고유성에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을 융합시킨 것"이라며 "우리의 고유성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추구한 점 등 정조시대 문화의 국제성은 우리의 고유성만 고집한 것이 아닌 보편성을 추구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세 번째 발표자인 김영호 한국병학연구소장은 ‘정조시대 간행된 무예도보통지를 통해 본 한·중·일 무예교류:창검무예의 수용과 보급’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김 소장은 정조가 임진왜란을 통해 깨닫게 된 창검의 중요성을 토대로 외국의 병법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수원화성에 군영인 ‘장용영’을 창설해 정예병을 육성하고 조선과 중국 및 일본의 무예를 종합한 「무예도보통지」 편찬 등 창검무예를 권장한 사실을 밝혔다.

 이와 함께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무예를 채택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며 당시 조선의 무예 글로벌화를 주장했다.

 ‘한국 성곽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아시아 성곽 네트워크 제안’을 주제로 한 네 번째 발표를 통해 최재헌 건국대학교 교수는 "성곽에는 당대의 과학기술과 군사기술이 모두 반영돼 있으며, 성곽 건축은 지리적인 환경과 함께 당대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역사적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수원화성에는 왕권 강화를 마음에 뒀던 정조의 사상과 철학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성곽의 유형과 발달 과정에 대해 설명한 뒤 남한산성과 함께 수원화성이 지니고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소개했다.

 수원화성은 화포 도입 이후 포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전돌을 사용하는 등 화포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시설을 갖추도록 18세기 당시 실학파에 의해 고안된 대표적인 성곽이자 동서양의 군사시설 이론을 잘 배합시킨 성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특히 정조가 사도세자의 능을 수원의 화산으로 옮기고, 화산 인근 읍치를 수원의 팔달산 아래로 옮기면서 수원화성을 축성한 배경에는 왕도정치 실현을 위한 정조의 정치적 포부와 한양 남쪽의 방어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컸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과거 동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된 성곽 축조 기술 교류에 대한 심화 연구를 위해서는 국제 간의 비교연구와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의 가치를 정리하고, 향후 성곽의 심화 연구와 보존을 위해 ‘아시아 성곽 네트워크’ 설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 발표는 조두원 경기문화재단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책임연구원의 ‘세계유산 화성의 OUV(탁월한 보편적 가치) 심화연구:세계유산 남한산성과의 성제(城制) 비교연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조 연구원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화성과 남한산성에 대해 등재 사유와 역사적 배경, 중국 성곽제도의 영향을 받은 축성 방식 및 영향 요소, 각 성에서 사용된 화기에 따른 성곽의 특성, 축성 과정과 이를 기록한 책자 등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며 발표를 이어 나갔다.

 주제발표가 끝난 뒤 조성을 아주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각 주제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변, 반론 등이 제기되며 수원의 미래와 정체성을 위한 뜨거운 토론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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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방문의 해 기념 학술대회가 20일 오후 수원 라마다호텔에서 열려 염태영 수원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이날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화성과 정조 그리고 인문도시 수원의 미래’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 수원화성의 가치를 세계로

 모두 500여 명이 참여한 학술대회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조의 개혁사상과 수원화성의 가치가 글로벌화돼 세계적인 문화사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통해 화성 축성의 의미를 세계인과 공유하고, 수원시가 국제적 관광거점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시민은 수원화성이 왜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전 세계인과 나눠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수원화성 방문의 해가 수원을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올 한 해 다양한 행사를 펼쳐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시는 21일 관광산업 전문가들의 수원관광 활성화를 위한 포럼과 22일 수원화성 방문의 해 성공 개최를 다짐하는 개막식 등 올 한 해 5개 분야 127개 행사를 통해 수원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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