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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순 동두천시 에너지팀장
‘인간답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하다. 사랑할 사람과 할 일, 이 두 가지뿐이다.’ 영화 ‘인턴’의 도입부에 소개된 프로이드의 말이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은 30세 여성 CEO가 있는 직장에서 실버 인턴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70세 노인의 모습을 유쾌하고 따스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주인공 줄스(앤 해서웨이 분)는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18개월 만에 직원 200명이 넘는 회사로 키워 내는 성공 신화를 이룬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성공과 밀려드는 일로 그녀의 삶은 위기를 맞게 되는데, 수십 년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연륜을 갖추고 그녀 옆에 등장한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은 친구처럼, 선배처럼 그녀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30대의 열정이 70대의 지혜를 만나면서 그녀는 엉킨 삶의 실타래를 풀고 안정을 찾으며 진정한 CEO, 엄마, 아내로 성장하게 된다.

 100세 시대, 인생 2막을 아름답게 채워 나가는 인턴 벤이 주는 메시지도 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주인공 줄스의 일하는 방식과 자유스러운 사무실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줄스는 CEO지만 늘 현장에 있었다.

 최악의 진상 고객 전화를 직접 받으며 불만사항을 해결하고, 회사 제품의 서비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일반 고객처럼 제품을 직접 주문해 보기도 한다. 불량품을 보자마자 공장을 찾아가 제대로 포장하는 시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항상 발로 뛰는 현장에 그녀가 있었다.

 컴플레인을 하는 고객을 상대할 때는 그 마음을 헤아려 서비스를 넘은 감동을 줌으로써 오히려 고맙다는 피드백을 받는 줄스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었다.

CEO이면서도 고객과 직접 부딪히고 소통하며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섬세함, 현장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고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춘 서비스를 펼쳐 나가는 줄스의 모습에서 공무원들의 일하는 태도와 시선을 생각해 보게 됐다.

 필자는 지난해 10개월 동안 ‘경기도핵심리더과정’이라는 장기교육에 참여했다. 인문학이나 소통과 힐링 강의, 리더십, 다채로운 체험 등을 현장과 연계, 교육을 통해 경기도의 핵심리더를 양성하는 커리큘럼이다.

 특히 최근 각 지자체별 이슈가 현장행정을 강조하는 만큼 모든 프로그램이 현장과 기민하게 연결돼 있어 각 분야별로 이슈가 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체험하면서 새삼 현장의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어설프게 또는 막연하게 알았던 것들이 명료하게 정리되기도 했고, 현장 전문가나 시민들과의 대화로 그동안 가졌던 통념과 인식들이 많이 깨지기도 했다.

 교육을 마친 후 지난 한 달간 시의 현장민원 업무를 맡게 됐다. 시 전역을 블록으로 나눠 매일 순찰하면서 불편사항을 점검하고 시민들과 대화도 나눴다.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문제가 현장에 있는 만큼 답도 현장에 있다는 것이었다.

 불법 광고물, 불법 투기 생활쓰레기와 대형 폐기물, 넘어져 뽑혀진 볼라드, 불법 주정차 차량, 부러진 나무 등 많은 민원들이 공무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장에서 바로 조치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담당부서에 처리를 요구했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시선으로 보니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할 일이 정말 많았다.

 몇 년 전 동사무장으로 근무했을 때다. 민원인의 건의사항이 있어 시의 담당공무원이 현장에 나올 경우 가급적 되는 방향으로 바라보지 않고 무조건 안 된다는 방향으로 처리하려 해서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마찰을 겪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현장에 나와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도와 예산에 문제가 없다면 시민의 입장에서 처리하는 입장전도의 자세가 필요하다. 공무원의 시선만을 고집하지 말고 시민들의 시선으로 현장을 볼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이청득심(以廳得心)이라는 말이 있다. ‘귀를 기울여 잘 들으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이는 공무원들도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들으면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영화 ‘인턴’에서 줄스가 고객의 기호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했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듯이 공무원들도 행정을 할 때 현장의 모든 사안들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과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바로 시민들 속으로 직접 찾아 들어가 그들이 원하고 바라는 문제들을 듣고 그 속에서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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