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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돈 이천시장
이천시는 서울시와 함께 2010년 7월 20일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됐다. 이때부터 해외 선진도시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경쟁력을 키워 가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세계 유수의 도시들로 구성돼 있으며, 필자는 그 회원의 자격으로 각국의 창의도시들을 방문한 적이 몇 번 있다.

그때마다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는 물론이고 이천 도자기의 뛰어난 작품성과 강점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지만, 반대로 해외 창의도시 시민들에게서 교훈과 장점을 배우고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 중 하나가 그들의 높은 매너문화다. 즉, 낯선 이에게도 먼저 반갑게 인사하며, 양보와 배려의 실천이 생활화돼 있는 반듯한 예의와 높은 공중도덕 의식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것들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룩한 대단한 민족이다. 경제·외교 분야는 물론이고 최근엔 한류문화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성적표를 잠시 덮고 시선을 우리의 생활 주변으로 돌려보면 마냥 웃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사소한 운전 부주의가 폭행으로 이어지기 일쑤고,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 다툼도 잦으며,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따뜻한 손길과 시선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 모두 상대에 대한 양보와 배려 부족이 낳은 우리의 어두운 자화상들이다.

 최근엔 등산이 붐이다. 건강을 위해 더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산객(山客)들이 지나간 자리엔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대중이 모였다 떠난 자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역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구겨진 도덕의 단면들이다.

 우리나라가 제 아무리 경제 선진국으로 성장한들 이런 문화 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진 시민이 될 자격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이런 어두운 세태를 그저 팔짱만 끼고 방관한다면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국가 정체성은 끝없이 추락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배려와 양보의 미덕을 되살리고, 이웃과 타인을 존중하며 공중의식을 높이자는 시민운동을 지난해부터 이천에서 펼치고 있다.

일명 ‘참시민 이천행복나눔운동’이다. 이 운동의 목표와 지향점은 거창하거나 멀리 있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무너져 버렸거나, 무너지고 있는 기본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바로 세우자는 것이다. 나부터 먼저 양보하고 인사하면서, 어렵고 힘든 이웃을 외면치 않고 도우며, 각종 사회폭력을 추방하자는 것이다.

 또 있다. 교통질서를 잘 지키고, 내가 머문 자리와 내 집과 가게 앞은 내가 가꾸고 청소하자는 등 12가지의 과제를 정해 22만 시민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된 이 문화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과 단체도 늘고 있다.

 이천은 점차 변해 갈 것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걸맞은 글로벌 매너를 갖추고 먼저 반갑게 인사하는 시민들이 늘 것이며, 존중과 배려 속에 시민들의 웃음소리는 커질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이런 기본들을 더 많은 국민들이 행동으로 실천할 때 우리 사회는 한층 더 밝고 성숙한 사회가 될 것이다.

 화선지에 고운 물감이 번져 멋진 그림이 탄생하듯이 이 운동이 전국으로 울려 퍼져 선진 문화운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행복나눔운동’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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