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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
연수구 장학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예산안이 최근 열린 제196회 인천 연수구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부의돼 찬반 토론과 표결 절차를 거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지난해 구의회에 조례안을 상정한 이후 수차례에 걸쳐 고배를 마신 셈인데, 그동안 구청장으로서 답답하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지만 혹자는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연수구에 장학재단이 왜 필요한 것인가."

 연수구는 송도국제도시의 지속적인 인구 유입에 따라 꾸준히 학생 수가 늘고 있으며, 고품격 교육도시로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곳이다.

구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장학재단 설립 후 4개년에 걸쳐 출연금 70억 원, 민간기탁금 30억 원을 합쳐 10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매년 이 기금의 운용 수익금으로 장학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금액을 사용하면 없어지는 매몰비용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연수구와 인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봐야 한다. 구민 모두가 연수구 학생들의 후원자다. 즉, 키다리아저씨가 되는 것이다.

 장학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일부 구의원들의 의견은 이렇다. 첫째, 구청장의 측근 인사 챙기기 우려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은 공모를 통해 구성되는 이사회가 맡고, 이들은 모두 무보수 명예직이다. 재단 운영 업무는 공무원이 담당하며, 이를 위해 인원이 증원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업무를 겸직하게 된다.

 둘째, 장학사업을 왜 기초자치단체가 떠맡느냐는 것이다. 미래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은 중앙정부가 나서야 되는 게 아니냐는 논리다.

하지만 당연히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들을 여러 이유를 들어 지자체에 떠넘기는 상황을 수없이 목도해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옆집의 아이들이나 연수구의 구석구석까지 국가의 관심이 닿기를 바라는 것은 오히려 구청장으로서 직무유기라할 수 있다. 현재 전국 226개 시군구 126곳에서 자체 장학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3개 구가, 인천은 시를 포함해 5개 군·구에서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셋째, 구의 재정상황에서 장학재단 설립이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구는 부채가 없고 투자가용 재원이 2016년 370억 원, 2017년 340억 원, 2018년 420억 원으로 추정된다. 장학재단 운영을 위한 출연금액은 현재 재정상황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재원이 마련된 이후에는 기금운용 수익금으로 시행되는 사업이다.

 당초 연수구 장학재단 설립 관련 조례안은 지난해 8월 구의회에 상정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류됐으며, 그해 10월과 11월 재차 상정했다가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2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가부동수로 부결됐다.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부결 처리됐다. 그 과정에서 구는 장학재단 설립 반대 의견을 수렴해 장학재단 사무국 업무담당을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당초 기금운용 수익금의 80% 이상을 장학사업에 사용토록 상향 조정하는 등 조례안을 정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됐다.

 장학사업은 주민 복리를 위한 사업이며, 연수구 미래를 위한 사업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면 안 된다.

그런데 일부 구의원들은 구청장이 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정치적인 잣대를 들이대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최근 경제청에서 이관된 생활밀착형 사무처리와 관리 대상 공공시설물 증가 등 새로운 행정환경 대응에 필요한 시설안전관리공단의 설립 추진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구의회와 소통이 어려운 실정이다.

 구청장과 구의원은 모두 구민의 뜻에 의해 선출된 일꾼들이다. 물론 서로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역할로 때론 의견 충돌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모든 판단의 밑바닥에는 구민의 뜻이 있어야 하고, 그 뜻은 합리적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단지 당리당략에 따라 구민의 뜻과 합리성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옆집의 아이들, 연수구 청소년의 미래가 보다 환하게 빛나려면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장학재단이 그 환한 미래를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연수구민 모두가 키다리아저씨가 될 수 있는 흐뭇한 일일 것이다. 모쪼록 연수구의 미래를 위한 장학재단 설립에 구민들의 이해와 구의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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