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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3년 전 주말 史劇(사극) 중 필자의 흥미를 끄는 KBS의 ‘대왕의 꿈’이 우리나라의 現(현) 정국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커 보인다.

 김춘추와 소정방의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멸망시키고 사비성에서 패망한 백제의 백성들이 당군에 의해서 도륙되는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부적절한 정치적 리더십(incapable political leadership)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波長(파장)이 결국에는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클 수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회상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이 있었다.

 서기 660년에 소정방과 김유신이 이끄는 나당연합군은 사치와 향락으로 忠臣(충신)을 멀리하고 姦臣(간신)을 가까이 하다가 국론 분열의 틈새(cleavage)를 더 키우고 결국 나라를 패망의 길로 몰아간 의자왕을 항복시키고, 弱肉强食(약육강식)의 논리로 백제의 백성들이 도륙되고 약탈당하는 불운의 백제 패망을 기록한다.

 아직 백제가 부강하고 외적을 맞아 싸울 여력이 있었을 때 의자왕이 성충, 윤충, 도총과 같은 충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甘言利說(감언이설)로 국론 분열에 앞장선 간신들을 멀리만 했어도 찬란한 백제문화가 그처럼 무참하게 당군과 신라군의 군홧발에 난도질 당하는 비운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백제 의자왕이 공식적으로 몰락한 이후 당군을 이끌던 소정방은 의자왕을 비롯한 백제의 왕족·왕자들을 포함, 가장 백제문화를 잘 일군 장인들을 중심으로 전리품을 짜서 1만2천 명이나 당나라로 압송하는 아주 비극적인 역사를 기록한다.

 결정적인 國運(국운)이 결정되는 시기에 이처럼 잘못된 정치지도자의 偏見(편견)과 무능력은 언제든지 일반 백성들의 참혹한 試鍊(시련)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아주 소중한 교훈을 우리가 되새기는 우리 삼국역사의 한 장면인 것이다. 능력과 함량이 부족한 인사들을 국가의 요직에 등용하는 실수도 보이지 않는 큰 국가적 불행을 잉태하는 여러 요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음이다.

 지금 돌아가는 정치판의 모습은 역사적 시련기에 국민들이 무슨 생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시대상황이 달라지고 문명의 이기가 극성을 부려도 인간사의 基本(기본)原理(원리)는 변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아마도 북한의 백성들이 지금 당하는 저 큰 고통도 잘못된 정치지도자를 만난 불운이요, 또한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자생력이 결여된 북한 주민들의 미미한 정신력이 저런 잘못된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보다는 경제적으로 아주 잘살고 괄목할 만한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도 지금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의 內憂外患(내우외환)의 강도를 고려할 때 與野(여야)를 망라하는 단합된 정치지도력의 중요성을 더 느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북핵과 통일문제를 놓고 분열과 대립을 일삼는 죄악을 스스로 깨우치고 하루속히 시정해야 할 것이다.

 백제를 망하게 한 그 간신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지금도 혹시나 권력자나 주요 인사 주변에 甘言利說(감언이설)로 眞實(진실)을 가리고 제대로 된 인재 등용의 길을 더 트고 건의해야 하는 인사들이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인사 운영으로 크나큰 역사 창조의 길목에 서 있는 대통령을 적절하게 잘 보좌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항상 경계하고 점검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는 제대로 된 국정 운영만이 먼 훗날 국민들을 고생시키지 않는 土臺(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4·13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인재 영입을 포기한 듯한 정치권의 모습은 아직도 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다는 인상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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