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구해 준 착한 여학생을 찾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인천시 중구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서 8살 초등학생 아들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을 찾아 나선 이보혜(43)씨의 사연이다.

이 씨는 당시 검도 도장에서 곧 집에 도착한다는 아들의 연락을 받고 저녁 준비를 하다 또다시 걸려온 아들의 전화에 크게 놀랐다. 아들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만 들렸기 때문이다.

이후 수화기로 낯선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머리를 크게 다쳐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맨발로 뛰어나가다시피 한 이 씨는 함께 있던 여학생이 누군지 물어볼 경황도 없이 아들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겼다. 상처가 깊어 큰 병원으로 옮겨 5시간에 걸친 치료를 받고서야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 씨의 아들은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건너다 도복에 걸려 넘어지면서 돌부리에 머리를 부딪쳐 의식마저 혼미한 상태였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여학생이 발견해 피가 나는 얼굴을 손수건으로 지혈하고 아이의 전화로 이 씨에게 연락한 것이다.

이 씨가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생명의 은인’은 인성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이경민(18)양이다. 당시 이 양은 아이의 손을 잡고 토닥이며 "괜찮아, 누나가 같이 있어 줄게. 조금만 참으면 다 나을 거야"하며 아이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이름과 나이, 학교 등을 물었다. 이어 놀라서 달려온 이 씨에게 정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가던 길을 갔다.

나중에 이 같은 사실을 안 이 씨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전하기 위해 1주일 넘게 아파트 단지 내 같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상대로 수소문했다. 이 씨의 아들을 치료한 담당의사도 당시 여학생의 도움이 없었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는 말을 전했다.

이후 우연히 자신의 딸(10)에게서 여학생의 인상착의가 아는 친구의 언니 같다는 얘기를 들었고, 어렵게 이 양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 양에게는 형제가 없었기 때문에 딸의 친구 언니가 아닌 같은 반 친구였던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 씨는 사고 후 1주일이 지난 17일에야 이 양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 교장에게 이 양의 선행 사실을 알렸고, 학교 측은 뒤늦게 이 양에게 ‘특별선행상’을 수여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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