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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21세기 초 대한민국이 직면한 총체적인 위기는 비상한 대처를 요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정치권이나 국민들의 모습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먹고사는 문제가 힘드니 마치 그것이 전부인 양 선거 이슈도 만들고 다음 대선 주자도 만드는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진실과 정의를 말하는 목소리는 권력에 외면당하고, 아부하고 국민들 듣기에 편한 말만 하는 정치인들이 득세하면서 국가의 정체성도 무너지고 혼돈과 위기의 사회구조를 방치하고 있다.

굳이 청년실업 문제, 구조적인 경기 침체,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북한 변수 등을 언급하지 않아도 10년째 2만 달러의 덫에 걸려 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객관적인 자화상을 우리 스스로 진단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운영하는 큰 틀인 헌법정신이 부정되고 유린돼도 일부 인사들을 빼곤 금방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일이니 골치 아픈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당장 먹고사는 문제만 말하는, 포퓰리즘적인 위선자들만 거리에 넘치고, 정말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흔드는 안보문제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굳이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말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철지난 이분법적인 사고에 매몰된 위장된 진보세력들에게 발목이 잡히고, 사회는 파편화돼 남남갈등으로 심각한 국력을 낭비하고 있으며, 세계의 민감한 흐름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부족으로 마치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무슨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회의 발전 동력을 일굴 건강성은 무너지고 있다.

사실 필자와 같은 사람이 보기엔 경제문제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담론이 실종되고 소중히 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의 경계선마저 스스로 허물면서 무가치의 사회로 가는 여정에 침몰돼 백가쟁명식의 목소리 큰 사람과 그룹이 진실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착각하게 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다.

 한 사회가 건강하고 부강한 나라가 되는 길은 지도자는 살신성인의 국가관으로 모든 것을 걸고 국정 운영에 임해야 하고, 국민은 민주시민 윤리를 철저히 실천하며 국민의 몫을 다할 때 그 시너지 효과로 도덕국가로 거듭나면서 물질적인 풍요로움과 삶의 의미를 일구는 태평성대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지난 4·13 총선을 보니 최소한 필자의 눈엔 정치지도자들은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정파와 파당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현혹하는 일이 많았고, 나쁜 정치인들을 규탄하는 국민들도 상당 부분 아직도 정치지역주의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고, 누가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인가라는 문제에서 성찰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전체적인 국가의 이익을 위해 과감하게 심판해야 하는 일에는 다소 둔감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필자는 분단국가를 사는 국민으로서 한 가지 사례만 말하고 글을 정리할까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체계를 부정하는 통합진보당이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해산된 이후 국민들은 그 역사적인 의미와 중요성을 얼마나 알고 대처했는지 의문이 든다.

국민의 세금으로 의정활동을 빙자해서 반국가활동을 하던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일부 종북론자들의 변호와 변명이 끼어들 틈새가 보이지 않던 2014년 12월의 위대한 헌재 판결 이후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정부는 적절한 후속 조치를, 이들에 대한 경계심을 지키고 있는가?

다른 이야기는 차치하고, 과거 통합진보당 활동을 한 인사들이 전국적으로 민중연합당 후보 등 60명 정도가 지난 총선에 출마했으며 그 중 대표적으로 한 인사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필자는 이상한 맘을 갖게 됐다.

과거의 활동을 반성한다는 보도도 없었다. 야권 단일후보로 많은 노동자들의 표를 얻어서 국회에 입성한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야권이 야권 단일화를 위해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대한민국의 최고 가치를 지키고 걱정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후속 조치도 부재하고, 동시에 국민도 방관하면서 안보에 어디가 어찌 구멍이 나는지도 모르고 또 과거의 아픈 역사적인 경험을 망각하고 우리는 병든 대한민국 사회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의 헌법적인 가치를 교묘하게 과거에 부정하던 세력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대한민국 국회의 일원으로 들어가도 이의제기도 않고 방관하는 사회가 정상이란 말인가? 우리 스스로 묻고 또 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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