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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용인시장배 및 기호일보배 바둑대회가 24일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학교 자연대학 실내체육관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대진표를 확인하고 있다. 용인=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제2회 용인시장배 및 기호일보배 전국바둑대회 최고령 참가자로 기록된 박상근(81·8급·용인수지 신봉자이 최고수C)옹은 한 수, 한 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회장 응원을 독차지.

 특히 젊은 시절 직장 동료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에 매료돼 바둑을 접한 뒤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바둑대회에 참가했다는 박 옹의 얘기에 주위 바둑기사들은 저마다 격려. 하지만 첫 경기부터 실력자를 만나 패배하자 잠시 아쉬운 표정이 얼굴에 스쳤으나 이내 편안한 미소로 같은 팀 기사들의 바둑을 지켜보며 응원에 나서.

 박 옹은 "바둑은 어지러운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잡념을 내쫓을 수 있는 마음의 수양"이라며 "노인들의 치매 예방은 물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좋은 통로이자 휴식처인 만큼 많은 노인들이 바둑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길 바란다"고 전해.

 ○…대회 시작 2시간여 전부터 참가자와 가족들로 북적인 대회장에서는 곳곳에서 연습대국이 펼쳐져. 이들은 함께 사활을 찾는 방법 등 상대방에게 훈수를 두며 대회 전 긴장을 풀기도.

 특히 같은 학교 선후배로 방과 후 수업을 통해 함께 바둑을 배우고 있는 김강민(화성청계초 3년·26급)군과 김도윤(2년·26급)군은 연습대국 도중에도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진지한 모습을 보여 주위의 관심이 집중.

 6세부터 바둑을 배웠다는 김도윤 군은 "바둑대회 첫 참가라 예선만 통과해도 좋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실력을 길러 언젠가는 대회 우승도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혀.

 ○…바둑이 좋아 한국에 유학 온 일본 소녀 등장에 경기장이 술렁.

 주인공은 도쿄에서 바둑을 배우고자 바다를 건너온 모리 치사키(16)양으로 현재 용인 내 ‘이세돌 바둑학원’ 연구생이라고. 6살 때부터 언니를 따라 돌을 두게 된 치사키 양은 출중한 실력으로 이번 대회 전국 중고등부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기도.

 프로기사가 꿈이라는 소녀는 어려운 대국일수록 머리 쓰는 재미가 있다며 벌써부터 고수의 향기가 풍겨. 그러나 끝내 8강에서 고배를 마셔.

 ○…새까만 바가지 머리에 하얀 얼굴로 외모부터 바둑돌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최연소 기사에 시선 집중.

 바둑계에 입성한 지 갓 2개월 된 구민준(6·재능바둑학원)군이 주인공으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신 진지한 표정으로 착수. 고사리손이 움직일 때마다 상대방이 움찔움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좌중은 탄성과 감탄을 반복. 바둑학원에서도 귀여운 외모와 또래 같지 않은 실력으로 인기몰이 중이라고.

 ○…이번 대회를 통해 바둑이 동양문화의 진수, 진정한 다문화의 꽃으로 거듭나기도.

 한국 국적의 필리핀인 어머니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산타클로스경민(9·초당초)군은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바둑을 보다 엄마에게 졸라 방과 후 바둑교실에서 3개월째 배우고 있다고.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꿈만큼은 ‘이세돌 사범님’이라고 당차게 밝혀. 어머니는 평소 집중력이 부족한 경민이가 돌을 잡게 된 후 차분해졌다며 함박웃음.

 ○…대회 당일 아침 고열에 시달린 대현초교 2학년 임재서(9·21급)군은 부상 투혼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 눈길.

 임 군은 대회를 포기하라는 부모의 만류에도 해열제를 먹어가며 참가를 강행한 가운데 저조한 컨디션 속에서도 결국 2승1패로 단체전에서 팀의 동메달 획득에 기여. 1년 전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바둑에 입문한 후 주 1회 아마 2단인 할아버지와의 대국으로 실력을 키워 온 그는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특훈에 매진했다고.

 임 군의 어머니는 "워낙 고집 부려서 참가했지만 보는 내내 걱정됐다"며 "아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 탓에 입상은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상을 타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전해. 임 군은 앞으로도 대회가 열릴 때마다 참가하겠다는 소감을 남겨.

 ○…초등부 2학년 단체전에 참가한 노희건(9·26급)군과 홍수민(9·23급)군은 팔꿈치에 운명이 뒤바뀌기도.

 상대를 압도하고 있던 노 군이 팔꿈치로 바둑판을 건드리는 실수를 하며 바둑알이 흐트러지자 홍 군이 상대의 반칙패를 주장. 규칙에 따라 심판 중재 하에 재시합을 치르게 됐고, 노 군은 실수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반듯한 자세로 시합에 임해. 그러나 다 이겼던 이전 판에 대한 아쉬움을 놓지 못하고 흔들린 노 군은 죽다 살아나 기세가 오른 홍 군을 꺾지 못하고 사활에서 밀리며 만방에 가까운 패배.

 홍 군은 "아까 판이 그대로 진행됐다면 내가 질 것이 분명했는데 다시 두게 돼 운이 좋았다"고 웃은 반면, 노 군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해.

 ○…이번 대회는 다양한 물품이 경품으로 지급돼 집에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발길을 풍족하게 만들기도.

 특히 참가자 한 명, 한 명 모두가 경품을 받을 수 있도록 풍성한 물품이 마련돼. 일찍 패배한 탈락자들의 경우 ‘알까기’와 ‘탑쌓기’ 등의 이벤트를 통해 물품을 받아가 조기 탈락의 아픔을 위로받기도. 대회에 마련된 경품으로는 자전거 5대, 블루투스 스피커 5개, 우엉차 패키지 10세트, 폼클렌징 1천 개, 쌀(4㎏들이 150포, 1.5㎏들이 35포), 용인 백옥쌀 150포, 잡곡 35포, 경기문화재단 산하 박물관 입장권 100장 등이 준비돼. 이 밖에도 핸드크림이나 선크림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로 꽉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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