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인천 통합예비군훈련장 장소 내부 선정<본보 5월 11일자 1면 보도>에 지역 자치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국방부의 부평구 산곡동 통합예비군훈련장 계획이 주민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자신들의 문제를 인천시에 떠넘기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국방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현재 서구·계양구·남구 등에 흩어져 있는 예비군훈련장을 하나로 묶어 통합예비군훈련장으로 만드는 사업이 2019년까지 부평구 산곡동에 추진된다. 통합예비군훈련장은 인천뿐만 아니라 인근 김포·부천의 예비군훈련장까지 아우르고 있어 예정지인 산곡동 주민들과 부평구청, 지역 정치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시와 예비군훈련장 이전에 관련된 모든 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해법을 찾겠다며 지난 10일 시청에서 비공개 협의를 벌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방부가 이미 내부적으로 부평구 산곡동이 아닌 인천의 특정 지역을 통합예비군훈련장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이 본보 취재로 확인돼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국방부는 부평구 산곡동 통합훈련장 추진에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겉으로는 시 관계 기관과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해놓고 내부적으로는 통합훈련장을 설치할 또 다른 장소까지 물색해 놨다는 사실에 시는 물론 기초단체들까지 발칵 뒤집혔다. 당장 3곳의 예비군훈련장이 모인 서구의 경우 가장 심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범석 서구청장은 "국방부가 하는 행위는 내부로는 이미 대상지를 점찍어 놓고 인천시와 각 군·구의 의견을 듣겠다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 행정"이라며 "부평구 반발이 거세지니 ‘산곡동은 빼고, 다른 곳을 결정했다’는 비겁한 행보는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구와 부평구, 시 역시 국방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에 신뢰를 잃은 듯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시는 대체 부지를 정해 주면 그곳으로 훈련장을 이전하겠다는 국방부의 방침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자체 심의 장소가 어디인지 국방부가 먼저 공개하고, 그 기준을 갖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선진형 통합예비군훈련장이라는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인천시민을 우롱하는 책임 떠넘기기 행보를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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