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을 수수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률인데, 대상 범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당초 공무원으로 한정하려던 것에서 민간 영역인 사학 교사와 언론인까지 포함시키자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는 듯하다.

 기자라고 해서 ‘김영란법’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권력에 아첨해 부정하게 청탁을 하거나 금품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언론사 초년 시절 나이 지긋한 국장급 선배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엔 잘나갔지. 명절 되면 공무원들이 촌지 주고, 어차피 져주는 내기 고스톱 쳐 주고…."

 순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로 후배 기자에게 추억팔이한다는 생각에 실소가 머금어졌다.

 세상이 바뀌었다. 지역 언론인들이라 해도 공무원과 일반 취재원을 상대로 촌지를 주고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생각도 해 봤다. 과거 시대 전유물인 기자들의 촌지 문화를 드라마나 영화에서 상상 속에서 오늘날의 현실로 가공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토론회 패널들이 그렇게 지탄하니 한 번 들춰 볼 만하다. 혹시 지금도 어딘가에선 촌지로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는 나쁜 기자가 있을 수 있다.

 ‘미디어 오늘’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곳에서 촌지 문화를 한 번 추적해 보면 어떨까. 아니 의혹을 받고 있는 언론인들 스스로 촌지의 패악을 없애기 위한 추적보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런지.

 풍문일 수 있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촌지를 주고받는 나쁜 기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고 보니 잘나가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하며 촌지를 받아 챙기는 기자들이 있을 법도 하다. 또 영화 ‘내부자들’처럼 정치인과 권력을 좌지우지하며 갑의 횡포를 부리는 기자들도 상당할 듯하다.

 월급 통장에는 찍히지만 카드값으로 곧 빠져나갈 숫자에 불과한 임금으로 한 달을 가까스로 버티는 월급쟁이 지역신문 기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땀 흘려 일한 소중한 대가에 만족해야 하는 아주 평범하고 당연한 현실이 씁쓸해지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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