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바다와 섬을 활용하자." 박창호(57)인천재능대학교 교수가 인천시 항만공항물류특보로 있던 2003년의 일이었다. 지금도 다를 것 없지만 그때만 해도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의 섬 자료는 도서백서가 전부였다.

박 교수는 일을 벌였다. 해양·관광·환경·자치 등 관련 부서와 TF를 구성해 섬을 조사했다. 무인도와 유인도, 특정 도서의 활용 및 권역별 개발 가능성을 따졌다.

조사는 3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자료는 깡그리 사라졌다. 잦은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으로 누구 하나 자료 챙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는 바다와 섬을 통해 가치 재창조에 나섰다. 오는 31일은 바다의날이기도 하다. 전국 두 번째의 너른 갯벌과 168개의 섬을 두고 있는 인천의 바다를 3차례에 걸쳐 짚어 본다. <편집자 주>

▲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였던 백령도 점박이물범이 관광상품은커녕 그물과 통발에 걸린 물고기 도둑으로 어민들에게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10; <사진=옹진군 제공>
▲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였던 백령도 점박이물범이 관광상품은커녕 그물과 통발에 걸린 물고기 도둑으로 어민들에게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사진=옹진군 제공>
‘비추온’, ‘바라메’, ‘추므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스코트 삼남매의 이름이다. 옹진군 백령도에 살고 있는 천연기념물(32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점박이물범을 형상화했다.

"점박이물범은 백령도에서 천덕꾸러기예요. 아시아경기대회 때 ‘보호하자, 관광상품화하자’ 난리법석을 떨더니만…."

백령도 김진수(59)씨는 고래를 포함해 법으로 정한 보호대상 해양생물 포유류 15종 가운데 하나인 점박이물범이 관광상품은커녕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데는 의지박약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점박이물범은 노래미와 우럭 등 먹이를 구하느라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과 통발을 망가뜨려 백령도에선 ‘공공의 적’이 되다시피 했다. 물고기 집인 인공어초를 바닷속에 넣어 어구 훼손을 막고,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점박이 쉼터를 마련하자고 그렇게 외쳤건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울산 남구는 고래를 테마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인천은 바다를 끼고 있는 전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해양수산부 지정해수욕장이 없는 도시다. 인천 해변 34곳(옹진군 23곳, 중구 9곳, 강화군 2곳)은 지정해수욕장이 담고 있는 안전하고 쾌적한 휴양공간이 아닌 그냥 해변일 뿐이다.

2014년 12월 4일 시행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해수욕장법)’이 있는지조차 인천은 모를 정도였다. 백사장의 길이와 폭, 화장실, 탈의 및 샤워시설 등 시설기준과 대장균 등 수질기준을 충족시켜 해수욕장으로 지정받으려는 자치단체의 의지가 없었던 탓이다.

해수부 지정해수욕장은 전국 해변 333곳 중 254곳이다. 강원도 92곳, 전남 54곳, 충남 34곳, 경북·경남 각 25곳, 제주 11곳, 부산 7곳, 전북 3곳, 울산 2곳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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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875.5㎢로 전남(1천44㎢)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너른 갯벌을 갖고 있다. 세계 4대 갯벌 중 하나다.

갯벌습지보호구역(28㎢)을 둔 전남 보성군은 벌교꼬막과 전어축제를 매년 벌이고 있다. 증도(31.3㎢)와 비금·도초도(12.34㎢)에 습지보호구역을 지정한 신안군 역시 상·하반기로 나눠 수산물 축제를 연다. 충남 서천군(습지보호구역 15.3㎢)도 김과 주꾸미 등 4개 수산물 축제를 펼친다.

옹진 장봉도(68.4㎢)와 송도(6.11㎢) 등 습지보호지역과 옹진군 대이작도 해양보호구역(55.7㎢)을 둔 인천은 해양보호구역을 테마로 한 축제가 없다. 인천의 해양수산 관련 축제는 남동구의 소래포구와 강화의 새우젓 등 2개가 전부다.

자원은 있으나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인천의 바다와 섬을 찾는 관광객들은 2013년을 기점으로 줄어 2009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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