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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겉모습의 화려한 치장과는 달리 내면은 분노와 좌절로 스트레스가 매우 많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역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의 ‘묻지 마 살인’ 행각에서도 보여졌듯이 방치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 안전불감증에 모든 시민들이 노출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21세기형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문제점과 한계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연일 여기저기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서도 나오는 와중에도 국민들이 세금을 내고 병역의 의무를 다하면서 의지하고 있는 국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많은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을 편하게 해 주지 못하고 있는 정치를 언제까지 이리 방치할 것인가?

 우리 지척에서 일어나는, 겉으로는 국민들에게 최상의 행복을 보장한다는 거짓 선전·선동으로 북한의 독재에 항거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피동적으로 지친 모습처럼 지내는 북한의 주민들이 느끼는 무기력감과 미래 희망에 대한 절망감은 그 무엇과 바꿀 수가 있으랴?

 시리아는 알 아사드라는 독재자가 2천300만 국민 중 인구의 반을 국내외의 난민으로 만들면서 수십만 명을 자국의 군인들이 사살하는 지옥인데도 불구하고, 셈법이 다른 국제사회의 방관과 비협조로 시리아의 독재자는 건재하고 그 독재권력은 오늘도 질주하고 있다. 힘에 기반한 국제정치의 이기적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좋은 예다.

 인류문명의 병리현상이다. 앞서 예시한 처참한 두 나라의 비문명적이고 비민주적인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비교적 성공한 나라라 칭송받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하나둘 드러나는 모습은 우리 스스로 더 경계심을 갖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기본이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로 비도덕적인 사업가들의 탐욕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정부의 역할과 기능은 복지부동의 공무원들로 더 경직되고 있으며, 정치적인 동력을 만들어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는 정치권은 파당으로 날을 지새면서, 심지어는 보편적인 철학의 문제인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마저 부담스러워하는 일부 세력들과 기득권 유지에 올인하는 한국 정치의 정당성과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식물국회의 모습만 국민들에게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도 국가의 주요 현안에 대한 법률안 통과를 수차례 야당에게 부탁했지만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혀 야당의 정치공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협치·공치의 부족으로 중요한 일자리민생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는 형국이다.

 삼권분립의 나라에서 아무리 대통령의 의지가 강해도 국민의 대표라는 선량들이 각자의 양심과 정의감에 입각해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를 실천하는 수준 높은 민주주의가 어려운 실정에서 한국 정치는 내년 대선판의 연장선상에서 말로는 民生(민생) 국민 우선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대선전에서 승리하는 전략 마련 및 정치계파 중심의 이합집산으로 거대한 국가와 국민의 이익들이 팽개치는 악순환이 계속될까 심히 걱정이 되는 시국이다. 실체와 실익이 없는 ‘평화협정’ 체결 공방 등으로 정작 중요한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면서 대선판으로 흘러갈까 무척이나 걱정이 된다.

 나라가 어지럽고 지도자들이 중심을 잡지 못할수록 국민들의 현명한 대처와 후손들을 위한 정의감에 입각한 처신이 필요하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우리 민족의 부정적인 유산인 四色黨爭(사색당쟁)의 그늘에서, 그것도 북핵이라는 일대미문의 위협 앞에서 분단국가의 서글픈 현실을 망각하면서 그 중요성도 깨닫지 못하고 이렇게 감동이 없는 政爭(정쟁)만 일삼은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과연 국민들은 어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

 국민들이라도 그들의 잘못을 탓하고 바로잡기 위해선 민주시민의 본분을 더 세우고 오직 역사와 민족의 앞날을 보고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한 과거의 역사적 시련들을 생각하면서 불의를 없애는 의병이라도 되겠다는 각오로 나라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처신하고 지도자들을 채근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위대한 역사적인 작업을 하는 일에는 모든 편견과 사견을 다 버리고 어찌 행동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과 이 나라의 이득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인지 더 생각하며, 잘못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권 문화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오호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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