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동구가 화도진공원 입구 사주문 안내판의 재질을 알루미늄(왼쪽)에서 적동판으로 바꿔 설치한 영세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 인천시 동구가 화도진공원 입구 사주문 안내판의 재질을 알루미늄(왼쪽)에서 적동판으로 바꿔 설치한 영세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공무원이 관급공사를 시켜 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얼마 되지도 않는 공사비를 안 주면 영세 업체는 그냥 죽으라는 겁니까?"

인천시 동구 화도진공원 입구 상징시설(사주문) 안내판 설치공사를 했던 영세 업체 I사 대표 P(47)씨는 벼룩의 간을 빼 먹는 공무원들의 행태에 치가 떨린다.

P씨는 지난 5월 화도진공원 사주문 조성공사를 맡은 D사로부터 하도급을 맡아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의 재질은 실시설계대로 알루미늄 판으로 시공했다. 물론 원청인 D사로부터 1천850만 원을 받고 공사를 마쳤다.

공사가 끝나자 담당부서인 도시경관과 한 직원에게 다급한 전화가 왔다. "어르신 안내판 재질을 동판으로 바꿔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공사가 마무리된 마당에 동판으로 재질을 바꿔 달라니 P씨는 황당했다. "설계변경을 해서 재질을 바꾸면 되잖아요?" P씨는 되물었다.

"다른 공사 건으로도 감사 중이라 안내판을 잘못 설치한 것까지 지적받으면 큰일 납니다. 제발…." 그 직원은 애걸복걸했다.

알고 보니 동구가 발주할 당시 시방서에 동판으로 안내판을 설치하기로 했으나 실시설계 과정에서 알루미늄 판으로 변경된 것을 담당부서가 잡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P씨는 그 직원이 하도 보채는 바람에 적동판으로 바꿔 안내판을 다시 설치하기로 했다. 조건은 해당 직원이 개인적으로 공사비의 일부를 대고, 나머지는 다른 공사를 줘 벌충하기로 했다. 물론 P씨는 그 직원의 말을 믿고 각서 등을 쓰지 않았다.

2천여만 원을 들여 적동판으로 안내판 설치공사를 끝내자 그 직원의 태도는 돌변했다. ‘고맙다’는 연락도, ‘공사비는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연락도 없었다.

부아가 난 P씨는 전화해 따졌지만 그 직원은 아무 상관도 없는 D사와 말해 보라는 투였다. P씨는 D사 관계자와 직접 동구를 방문해 항의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대화로 해결하자’고 담당 팀장과 직원이 P씨를 찾아왔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가 2천만 원가량 된다’는 P씨의 설명에 직원은 "차라리 징계를 먹고 끝내는 편이 낫다"는 말을 내뱉었다.

"적동판 재료비 1천300만 원이 외상인데, 공사비를 안 주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P씨는 발을 동동 굴렀다. 해당 직원은 "죄송하다"며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흥수 동구청장은 "해당 부서에 자초지종을 알아본 뒤 적절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구는 2억4천555만 원을 투입해 지난달 17일 높이 7m, 지붕 폭 12m 규모의 화도진공원 사주문 조성공사 준공식을 열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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