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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레탄 트랙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주민들이 이용을 꺼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우레탄 놀이터.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아이들이 안심하고 놀이터에서 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3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의 A아파트에서는 5명의 주민들이 임시로 만들어진 풀장에서 자녀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 우레탄 탄성포장재가 사용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학교 운동장 등지에 사용된 우레탄에서 납 성분이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보호자인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놀이터에서 놀지 못하도록 주의시켰기 때문이다.

장안구의 B아파트와 권선구의 C아파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아파트에 설치된 우레탄 놀이터는 수개월째 이용하는 주민이 없어 미끄럼틀과 그네 등 시설물마다 먼지가 가득했고, 일부 놀이터 바닥은 곳곳이 파손된 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최근 경기도내 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 상당수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휴먼시티’를 표방하는 수원시에서는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우레탄 놀이터에 대한 안전조치가 전무한 상태다.

실제 시는 지역 내 조성된 504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우레탄이 사용된 놀이터의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다. 이는 ‘주택법’을 근거로 놀이터에 우레탄을 사용하는 행위가 신고 및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는 납 성분 검출 논란 이후 지금껏 이들 아파트 놀이터에 대한 전수조사는커녕 향후 전수조사 및 개·보수 계획도 마련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납 성분 검출 이후 즉각적인 조치에 나선 경기도교육청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은 올 3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우레탄 트랙 보유 학교 397곳에 대한 유해성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245곳(61.7%)에서 KS기준인 90㎎/㎏을 초과하는 납 성분이 검출되자 학생과 지역주민의 안전을 이유로 우레탄 트랙이 설치된 학교에 개·보수 완료 시까지 우레탄 트랙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우레탄 트랙 외 농구장과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등 우레탄 탄성포장재가 사용된 학교 내 체육시설에 대한 유해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어린이들과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우려되는 점은 공감하지만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 놀이터는 시 재산이 아닌 만큼 공공기관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와 개선에 대한 의무가 없다"며 "아파트 단지마다 자체 관리예산이 있는 만큼 각 아파트별로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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