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창사(1969년)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경영 악화로 그룹 전체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데다, 조종사 노조가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내부 갈등마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주식 대박’ 검사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진경준 검사장을 향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대한항공을 향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14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소속 조종사 100여 명이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인근 대한항공빌딩 앞에서 ‘임금정상화를 위한 윤리경영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집회에 참여한 조종사는 모두 노동조합원으로 노조 설립 16년 만에 처음 있는 집단행동이다. 조종사의 이 같은 단체행동은 지난해 마무리됐어야 하는 임금교섭이 결렬되면서 이어졌다. 조종사 노조가 현재 내건 임금인상률은 37%인 반면 대한항공 사측에서는 1.9% 인상안을 내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조종사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국세청에 세무조사 청원을 넣었고,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조종사 노동조합 일부 지도부의 해사 행위를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는 경고성 서한을 보냈다. 여기에 조종사 노조를 대하는 일반 직원들의 반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조종사 노조의 집회 당시 일반 직원들은 이들의 행동을 지탄하는 항의성 피켓 시위를 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경준 감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는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지난 12일 대한항공의 한 협력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불똥이 대한항공 본사로까지 튀었다. 이 업체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국공항㈜, 인하국제공항의원 등 한진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청소위탁업무 맡고 있는 곳이다.

검찰은 2009년 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에 있을 당시 대한항공이 내사 무마의 대가로 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해당 청소업체는 대한항공의 모그룹인 한진그룹 등으로부터 연간 26여억 원(2013~2015년 평균 매출액)의 일감을 받아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의혹은 진 검사장이 2009년 한진그룹 탈세 의혹에 대한 사건을 내사종결 이후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일감이 몰리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대한항공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와의 갈등은 임금 협상 때부터 계속돼 온 사안이고, (저비용항공사의 급성장 등으로)항공업계는 항상 위기라는 생각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며 "협력업체는 맞지만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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