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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4·삼성생명 코치·오른쪽 두 번째)이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 국기광장 프레스룸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뒤 러시아 옐레나 이신바예바(왼쪽 두 번째) 등과 함께 외신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하뉴스
유승민(34·삼성생명)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그야말로 ‘깜짝’ 당선됐다.

 유승민이 지난해 8월 대한체육회(KOC)의 IOC 선수위원 후보자로 선정될 때만 해도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역도 장미란과 사격 진종오 등 쟁쟁한 이들을 제치고 유승민이 한국을 대표하는 IOC 선수위원 후보가 된 것이다.

 당시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유승민은 영어 구사능력에서 경쟁자들보다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2월 IOC가 최종 24명의 후보를 확정할 때도 일각에서는 반신반의했다.

 후보 중에는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살아있는 전설’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버티고 있었다. 일본의 육상 영웅 무로후시 고지도 있었다.

 유럽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장인 탁구 선수 출신 장 미셸 세이브(벨기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됐다. 같은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루이스 스콜라(아르헨티나) 등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유명 선수들이 즐비했다.

 이런 후보들 가운데 유승민의 존재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승민은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발과 땀으로 일궈냈다.

 그는 지난달 23일 일찌감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한 표를 위해서는 많은 선수와 만나서 자신을 알려야 했다.

 내리쬐는 햇볕에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선거를 위한 가방을 멨다.

 최선을 다했다. 구슬땀을 흘렸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로 버스 정류장 이곳저곳에서 선수들을 기다리며 인사를 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벌에도 쏘여 치료도 받아야했다. 살은 쏙 빠졌다.

 유승민은 이번 후보자들 중 가장 열심히 선거 운동을 한 후보로 평가받았다.

 이신바예바가 투표 기간 막판인 15일 리우에 온 것과 대조적이었다.

 IOC 선수위원 발표가 있는 19일 오전 2시에는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모였다. 이신바예바 등 후보자들도 왔다.

 정몽규 한국 선수단장과 최종삼 선수촌장도 왔다.  그러나 유승민의 이름이 불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오전 2시 마침내 선수위원 명단이 발표됐다.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의 이름이 먼저 불렸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펜싱 신아람의 ‘멈춤 1초’로 결승전에 올라 은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그다음 이름이 호명됐다. 바로 ‘승민, 유’였다.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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