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승기하수처리장 환경개선사업이 2년 동안의 논의 끝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형국이다. 시는 최근 승기하수처리장을 지금의 터에 신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시의 이 같은 입장 변화에는 ‘민원’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승기하수처리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경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시는 2014년 12월 인천환경공단을 통해 마련한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 관련 타당성 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부분 개량 방식이 아닌 전면 개량으로 승기하수처리장을 새로 짓자는 방안이다.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승기하수처리장의 시설 중 494대가 낡고, 270대가 불량이다. 슬러지 처리시설 등도 내구연한(20년)을 넘겼다. 방류수 허용기준조차 못 지키면서 악취 등의 민원이 빗발치자 ‘이전’이라는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사업 추진 방식도 마련했다. 시 재정 여건을 감안해 민간투자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승기처리장 터(23만6천294㎡)에 도시개발 사업을 벌여 얻는 이익(6천억 원 이상)으로 민간 투자비를 상쇄하자는 방안이다.

지금 논의대로라면 ‘승기하수처리장 재건설 관련 타당성 용역’은 휴지 조각이 될 공산이 크다. 그 후유증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민원’이다. 승기하수처리장 주변 동춘동 주민들은 악취 민원을 줄곧 제기해 왔다. 승기하수처리장 이전 조기 착공 추진위원회와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2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하수처리장 이전을 촉구하는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칫 연수구 주민과 이전 대상지인 남동구 주민들 간 갈등의 불쏘시개로 작동할 수 있다.

승기하수처리장 유입 하수는 연수구 지역 51%, 남구 22%다. 나머지 27%는 남동구 지역의 오폐수로 승기하수처리장 유입수의 총질소(T-N)농도를 높이는 악취의 주범이다. 2013년 민자사업(BTL)으로 하수관거 정비사업(사업비 890억 원)을 벌이면서 남동인더스파크 인근 지역 정화조 1천여 개를 없애 생분뇨 수준인 고농도(1천~2천㎎) 질소 성분이 흘러들고 있다. 연수구 주민들은 남동구 유입 오폐수의 별도 처리를 요구할 태세다. 시는 현 부지에 하수처리장을 신축하더라도 남동구 지역 안에 폐수나 하수처리시설을 따로 건설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을 수 있다.

사업 방식인 재정사업도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승기하수처리장 사업비를 지하화를 전제로 3천500억 원 정도(국비 지원율 10% 포함)로 보고 있다. 하수처리장 건설 재원인 시 하수도특별회계는 만성 적자 상태다. 누적 적자액이 2014년까지 529억 원이다. 여기에 t당 하수처리비용(583.77원)이 하수도요금(479.16원)보다 더 들어 302억 원의 적자를 봤다. 시가 승기하수처리장 건설을 위해선 지방채 발행과 함께 하수도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사업 기간이나 사업성도 문제다. 재정사업은 빨라야 6~7년 정도로 민간투자 사업보다 긴 것이 일반적이다. 시는 현 터의 절반을 지하화해 하수처리장 부지로, 나머지는 도시개발 사업용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아무리 지하화해 최신 시설을 갖추더라도 코앞에 혐오시설이 있는 아파트 등의 부지가 잘 팔리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승기하수처리장 환경개선사업이 이래저래 꼬이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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