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라도보상대책위원회 회의가 2일 인천시 중구 전동 대책위 사무실에서 열리고 있다.  최민규 기자
▲ 청라도보상대책위원회 회의가 2일 인천시 중구 전동 대책위 사무실에서 열리고 있다. 최민규 기자

자조근로사업장으로 시작한 청라도 매립사업은 그 목적을 잃고 점차 가진 자들의 수탈 대상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목구멍의 풀칠용으로 영세 근로자에게 배급해야만 하는 양곡(밀가루)의 절반 이상이 돈으로 세탁돼 엉뚱한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매립이 준공되면 땅 9천900㎡를 가질 수 있다는 사업자와 정부의 공언에 영세 근로자는 죽을 힘을 다해 흙과 돌을 날라 제방을 쌓고 또 쌓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땅의 희망’은 잡히지 않는 신기루였다. 당시 정부의 방임이 부른 필연적 결과였다. <관련 기사 17면>
청라 매립공사장에서 현장주임(총무)과 화약주임을 맡았던 윤차웅(93·인천시 중구 중산동)씨는 "매립공사에 참여했던 근로자들에게 한 달 노임으로 미공법 480-Ⅱ로 지원했던 밀가루 50㎏씩을 나눠 줬다"고 증언했다. 이 밀가루는 미국 민간구호단체인 ‘케어(CARE)’가 지원한 잉여 농산물이었다.

그는 청라도 매립사업을 미공법 480-Ⅱ호에 따라 양곡을 지원하는 자조근로사업장으로 근로자를 모집하기 시작한 초창기인 1965년에는 근로자 수가 2천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청라도 매립사업 면허권자인 이명수(1991년 71세로 사망)전 봉덕학원 이사장은 2천 명을 기준으로 케어 측의 밀가루를 1970년까지 지원받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청라도 매립공사장의 실제 근로자 수는 초창기를 빼고 많아야 500명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 윤 씨의 주장이다. 윤 씨는 근로자들에게 나눠 주고 남은 절반 이상의 밀가루를 빼내 부천의 신앙촌에 빵 재료로 내다 팔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자조근로사업 실시 요령’에 정한 근로자 1인당 밀가루 배급량은 한 달에 72㎏(하루 3.6㎏×20일 치)이었다. 밀가루 3.6㎏의 가격은 120원이었다.

그는 밀가루를 돈으로 바꾼 뒤 기름과 화약, 목재 등 매립공사 자재비로 썼다고 밝혔다. 정부의 몫인 자재비를 대주지 않았던 탓이었다.

보건사회부(장관 정희섭)가 1968년 7월 23일 공포한 특별법인 ‘자활지도사업에 관한 임시조치법’에는 노임으로 지급되는 양곡은 근로자들의 배급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안 된다고 정하고 있었다. 다만, 밀가루 등을 배급받은 근로자들이 돈이나 다른 물건으로 바꾸는 것은 허용했다. 이를 어겨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만 했다. 외국 민간단체가 자조근로사업으로 지원하는 밀과 옥수수 가루 등을 시중에 팔아 착복하는 간척사업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이를 막기 위한 방지책이었다.

하지만 이 규정은 청라도 매립사업에서 빗겨나 있었다. 청라도 매립권자 이명수 전 이사장은 1965년 7천만 원을 주고 운현궁 소유였던 청라도 115만㎡를 채석장 용도로 통째로 사들였다. 밀가루를 판 돈도 포함됐다는 것이 윤 씨의 증언이다.

한편, 청라도보상대책위원회 회원 30여 명은 2일 오후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인근 건물에서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영욕의 땅, 청라매립지 그 진실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2016년 10월 3일부터 2017년 2월 24일까지 게재한「영욕의 땅, 청라매립지」제목의 연재기사를 통해 이명수 봉덕학원 전 이사장이 청라도 매립공사에 참여한 노역자들에게 품삯으로 지급하여야 할 밀가루 배급량을 부풀려 수령한 뒤 이를 빼돌려 마련한 돈 7천만 원으로 1965년에 청라도 전체를 샀으며, 봉덕학원은 노역자들이 대가로 받아야 할 땅을 빼앗고 처분하여 청라달튼외국인학교를 건축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결과 봉덕학원 전 이사장 이명수가 경서동 일대 토지를 구입한 시점은 간척공사 매립 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가기 전인 1964년이므로 매립공사에 참여한 노역자들의 품삯으로 지급되어야 할 밀가루를 빼돌려 마련한 돈으로 해당 토지를 구입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또 봉덕학원은 청라달튼외국인학교 신축자금은 1964년 매립지 공사 착수 이전에 봉덕학원 전 이사장 이명수가 매입하여 학교법인 봉덕학원에 출연한 재산과 1948년 취득한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학교법인 봉덕학원 소유 토지를 1993년 처분하여 건축한 경서동 소재 유스호스텔 매각대금으로 마련한 것이므로 청라달튼외국인학교가 노역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땅을 팔아 건축비를 마련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며, 노역자들의 후손들이 이명수의 후손들을 상대로 청구한 민사소송(1심)에서 이명수 측이 승소하였다고 밝혀왔습니다.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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