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산업㈜(이하 동아)의 김포간척지는 조(兆) 단위 외국 자본 투자유치 허구의 원조 격이었다. 동아는 IMF 외환위기를 빌미로 실체조차 없는 외국 자본 40억 달러 유치를 내세워 정부에 농경지 조성용인 김포간척지의 용도변경을 압박했다. <관련 기사 16면>

동아는 준공인가가 떨어진 지 7년 뒤인 1998년 4월 10일, 6개월 안에 40억 달러를 유치해 10년간 김포간척지 1천262㏊를 홍콩식 자유도시로 개발하기로 투자중개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price waterhouse) 저팬사와 양해각서(MOU) 및 용역계약을 맺기로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 차 방문했던 미국 대중가수 마이클 잭슨이 그해 2월 25일 테마파크 등 김포간척지 투자에 대해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깊은 논의를 했다는 동아 측 홍보의 후속타였다. 이어 동아 측은 곧바로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도 김포간척지에 투자 의향이 있다고 홍보했다.

동아는 당시 농사용 물을 대는 용수로를 개발하지 않은 채 매립 목적이 농지인 김포간척지를 거의 방치해 왔다. 실제 농사를 짓는 땅은 논 41㏊(잔디 재배지 41㏊ 제외)로 동아 소유의 김포간척지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현대건설은 비슷한 시기 간척사업을 벌인 서산A·B지구(총면적 1만5천409㏊)의 61%인 9천462㏊에 벼농사를 지어 1997년 쌀 2만4천400t를 생산했다.

동아는 김포간척지의 용도변경을 전제로 1996년 이미 개발 구상을 마련해 놓고 있던 상태였다. 이곳에 아파트와 상업지구, 관광·여가단지, 첨단산업단지, 중소산업 연구개발단지, 병원, 컨벤션센터 등 시설을 넣어 ‘월드시티’ 건설을 구상했다. 지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라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동아는 겉으로 40억 달러의 외자유치로 국내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의 탈출구로 삼겠다고 공언했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경영난에 빠진 동아가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용도변경을 통한 김포간척지의 개발이었다. 동아는 1998년 들어서 금융권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3천600억 원을 긴급 수혈했다.

농림부는 용도변경을 전제로 한 동아의 김포간척지 개발계획에 발끈했다. 동아와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저팬사와 맺은 용역계약의 내용은 외자유치가 곧 되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허구라며 반박했다. 동아 측의 매각으로 농어촌공사와 LH, 인천시 등으로 넘어간 김포간척지는 용도변경을 통해 청라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 중이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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