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는 용도변경을 통해 김포매립지를 개발할 경우 383억 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비를 빼고 땅값과 단지 조성비, 기반시설비 등 공사비로 1조1천840억 원을 투입해서 1조5천223억 원의 분양수익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는 김포매립지의 조성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류였다. 김포매립지 안에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와 사업장폐기물을 매립한 비위생 매립지가 존재했다. 청라도 앞 1곳(A)과 인천첨단산업단지로 터 닦기를 하고 있는 2곳(B·C) 등 모두 3군데였다. 비위생 매립장의 면적은 A구역 37㏊를 포함해 B구역 34㏊와 C구역 23㏊ 등 모두 94㏊에 달했다.

이곳에 2~3m의 깊이로 묻힌 쓰레기양은 어림잡아 306만1천370㎥(443만8천9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탄재와 토사, 비닐·플라스틱, 섬유 등 난분해성 물질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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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매립지에서 논농사 짓던 시절. <사진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블로그>
비위생 매립장의 쓰레기를 긁어낸 뒤 성토재로 재활용할 것은 재활용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3천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김포매립지를 인수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비위생 매립장의 연탄재를 포함한 토사를 성토재로 재활용하기로 하고 선별처리장을 세웠다. 홍수위보다 낮은 매립고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LH는 2003년 8월부터 6년 동안 비위생 매립장 쓰레기 선별과 처리비용으로 860억 원을 썼다.

 LH는 선별 처리 방법이 ‘돈 먹는 하마’가 되자 땅속 폐기물을 그대로 둔 채 침출수 차단벽을 설치하고 성토하는 안정화 공법으로 바꿨다. 선별처리비로 t당 26만 원이 들지만 안정화 공법을 적용하면 1만3천125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가 비위생 매립장의 폐기물을 간과한 채 김포매립지 개발사업에 나섰더라면 383억 원의 수익은커녕 적자를 봤을지 모를 일이다.

비위생 매립장은 농어촌공사와 LH 간 김포매립지를 넘기고 넘겨받을 때까지 두고두고 말썽거리였다. 비위생 매립장 쓰레기 처리비용을 인수대금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민간기업이 한국농어촌공사(이하 공사)처럼 농경지 조성 목적인 김포매립지의 용도변경을 시도했더라면 분명 특혜로 몰렸을 법한 노릇이었다.

동아건설산업㈜(이하 동아)은 공사의 ‘김포매립지 토지이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 용역’ 발표가 있기 27개월 전인 1998년 4월 용도변경에 따른 특혜 해소 방안을 내놓았다.

전체 김포매립지 중 54.1%(667㏊)를 첨단 공단과 관광단지로 용도변경하고, 나머지 45.9%(567㏊)의 농지를 국가에 기부채납하겠다고 동아는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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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라국제도시 도시첨단산업단지 부지 내 송전탑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수입여t의 폐기물이 관계기관의 신고 없이 방치되고 있다.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농림부는 동아 측 소유의 용도변경 토지(667㏊)에서 발생할 엄청난 시세차익을 점치고 이는 대기업에 대한 명백한 특혜로 단정했다. ‘용도변경 절대 불가론’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화훼단지를 조성한 네덜란드 쥬다지 간척지와 녹지공간으로 꾸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진입로 등을 지목하며 동아 측에 김포매립지의 농경지 활용을 종용했다.

이 바람에 동아는 전체 김포매립지(1천623㏊) 중 68.4%인 1천110㏊(벼농사 300㏊·사료작물 750㏊·잔디 40㏊)를 농경지로 썼다. 사실 용수로 개발을 하지 않은 탓에 시늉만 내는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제방·도랑 등 국공유지(390㏊)와 잡종지(123㏊) 등이었다. 농림부와 공사는 동아의 김포매립지를 사들이자마자 이내 용도변경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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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림부와 공사는 김포매립지 용도변경에 대한 반발 기류를 의식해 별의별 명분을 끌어다가 물타기를 시도했다. 김포매립지 개발의 주요 테마로 삼은 ‘어울림(harmony)’,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 등이 그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김포매립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 쓰레기매립지(2천97㏊)와 인천서부산업단지(313㏊), 발전소, 송전선로 등 혐오시설에 둘러싸였다. 농경지는 몰라도 인구 유입에 따른 제2의 환경피해를 부르는 주거단지나 관광단지 조성은 그야말로 갈등의 씨앗이었다. 농림부와 공사는 ‘어울림’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줄타기를 했다.

김포매립지를 전원형 도시 개발로 환경 사각지대화의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주거단지의 순인구밀도를 ㏊당 250명으로 맞춰 일산(530명)이나 분당(591명), 평촌(864명), 산본(890명), 중동(932명) 등지보다 저밀도로 개발하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김포매립지는 고밀도로 개발이 쉽지 않은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김포매립지의 평균 지반 높이는 3m로 홍수위(4.21m)보다 낮아 2m 정도의 성토를 해야만 했다. 여기에 연안지반을 처리하기 위해선 엄청난 양의 토사가 필요했다.

공사는 이런 속사정을 털어놓지 않은 채 동아 측한테 사들인 김포매립지의 75.5%(1천110㏊)를 농지로 사용하고, 나머지 24.5%(271.7㏊)만 도시용도로 전환한다며 용도변경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 했다. 공사는 농업용지와 공원녹지 면적이 전체(1천623㏊)의 65.8%인 점을 강조하며 ‘국내외를 통틀어 유례없는 환경친화적 농업생태도시’라고 떠들었다. 농업과 관련한 첨단 기술로 생명산업을 21세기의 먹거리로 들며 집적시설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파하기도 했다.

생물산업연구단지와 벤처기업 집적시설 등 첨단연구단지를 용도변경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로 삼았다. 공사는 반도체·메카트로닉스·신소재 등 8개 첨단산업 중 생물산업 연평균 증가율이 2000년대 22.1%로 제일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외국 보고서를 인용했다. 생명산업의 파급력은 화훼농업·보건·의료·공업·환경·에너지·자원 분야에 미칠 뿐만 아니라 노인과 난치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물신소재 개량기술 발달로 뇌기능·노화 억제·유전질환 치료제 등 차세대 의약품이 첨단 농업기술을 통해 등장할 것이라고 바람을 넣었다.

농업기술 혁신을 통한 생명산업 육성이라는 공사의 김포매립지 개발 방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지만 그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공사는 6천355억 원을 모두 공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로 동아의 김포매립지를 사들였다. 연간 금융비용만 해도 600억 원에 달했다. 공사는 1999년 기준으로 김포매립지 개발을 위한 토공·조경과 기반시설 등 단지 조성 공사비로 1조386억 원을 들여야 했다. 여기에 이미 투입된 땅값과 이에 따른 금융비용 등 관리비로 1조196억 원 등 모두 2조582억 원을 투자해야 했다. 유상공급 면적이 1천53㏊인 점을 감안하면 조성원가는 3.3㎡당 65만2천 원이다. 농업단지의 경우 3.3㎡당 농업용지는 3만 원, 시설용지가 20만 원에 불과했다.

공사 입장에서는 조성원가를 웃도는 분양가로 이문이 필요했다. 용도변경을 통한 주거단지(3.3㎡당 주거 187만~상업 462만 원)와 국제업무단지(3.3㎡당 462만 원), 관광단지(3.3㎡당 250만 원), 첨단연구단지(3.3㎡당 65만2천 원), 물류·유통단지(3.3㎡당 65만2천 원)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공사의 ‘김포매립지 토지이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 용역’을 물거품으로 만든 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 방안’으로 돈 되는 용도변경을 계속했다. 이는 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갈등으로 불거지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김포매립지 개발의 복병은 비위생매립장의 쓰레기

한국농어촌공사는 용도변경을 통해 김포매립지를 개발할 경우 383억 원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비를 빼고 땅값과 단지 조성비, 기반시설비 등 공사비로 1조1천840억 원을 투입해서 1조5천223억 원의 분양수익을 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는 김포매립지의 조성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오류였다. 김포매립지 안에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와 사업장폐기물을 매립한 비위생 매립지가 존재했다. 청라도 앞 1곳(A)과 인천첨단산업단지로 터 닦기를 하고 있는 2곳(B·C) 등 모두 3군데였다. 비위생 매립장의 면적은 A구역 37㏊를 포함해 B구역 34㏊와 C구역 23㏊ 등 모두 94㏊에 달했다.

 이곳에 2~3m의 깊이로 묻힌 쓰레기양은 어림잡아 306만1천370㎥(443만8천9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탄재와 토사, 비닐·플라스틱, 섬유 등 난분해성 물질이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비위생 매립장의 쓰레기를 긁어낸 뒤 성토재로 재활용할 것은 재활용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데 드는 비용이 대략 3천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김포매립지를 인수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비위생 매립장의 연탄재를 포함한 토사를 성토재로 재활용하기로 하고 선별처리장을 세웠다. 홍수위보다 낮은 매립고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LH는 2003년 8월부터 6년 동안 비위생 매립장 쓰레기 선별과 처리비용으로 860억 원을 썼다.

 LH는 선별 처리 방법이 ‘돈 먹는 하마’가 되자 땅속 폐기물을 그대로 둔 채 침출수 차단벽을 설치하고 성토하는 안정화 공법으로 바꿨다. 선별처리비로 t당 26만 원이 들지만 안정화 공법을 적용하면 1만3천125원이면 충분하다는 계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가 비위생 매립장의 폐기물을 간과한 채 김포매립지 개발사업에 나섰더라면 383억 원의 수익은커녕 적자를 봤을지 모를 일이다.

 비위생 매립장은 농어촌공사와 LH 간 김포매립지를 넘기고 넘겨받을 때까지 두고두고 말썽거리였다. 비위생 매립장 쓰레기 처리비용을 인수대금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정부의 김포매립지 용도변경 추진 일지

▶1991. 01. 08 : 김포지구 공유수면매립 준공 인가(농림부)

▶1998. 05. 22 : 동아건설의 53개 채권금융기관 재경부·금감위·건교부 등 정책 당국에 김포매립지 매입 건의

▶1998. 09. 07 : 동아건설산업㈜ 농림부에 김포매립지 정부 매입 요구

▶1999. 03. 16 : 김포매립지 매입 추진 관계장관회의

-재경부·농림부·건교부·기획예산위원회·금감위·경제수석

▶1999. 03. 27 : 김포매립지 매입 추진 지시(농림부→농촌진흥공사)

▶1999. 04. 06 : ‘김포매립지관리단’ 구성

▶1999. 05. 31 : 농어촌진흥공사 김포매립지 1천243㏊ 매입계약 체결(6천355억 원)

▶1999. 08. 19 : 소유권 이전등기

▶2000. 07. 20 : 김포매립지 토지이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 용역(국토연구원) 발표

▶2002. 04. 04 :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실현 방안’ 경제특구 개발 반영

- 화훼수출단지, 위락·주거 및 국제금융 업무기능 유치

▶2002. 07. 29 : 김포매립지 토지이용계획 정부 시안 확정

▶2003. 08. 11 : 재경부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안’ 고시

▶2003. 12. 02 :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김포매립지 청라지구 1천34㏊ 매매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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