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동아건설산업㈜(이하 동아)의 김포매립지를 사들이자마자 용도변경을 토대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종전의 입장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농림부 산하 한국농어촌공사(옛 농어촌진흥공사, 이하 공사)는 국토연구원을 통해 기본 구상과 개발타당성을 검토한 ‘김포매립지 토지이용계획 수립을 위한 학술 용역’을 용역 의뢰 10개월 만인 2000년 7월 20일 내놓았다.

농림부가 공사를 통해 김포매립지 1천243㏊를 6천355억 원에 매입(199년 8월 19일)한 지 11개월 만의 일이다. 국토연구원의 용역서는 첨단 농업과 스포츠·레저·관광단지 조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관련 기사 16면>

전체 김포매립지 중 51.7%(839.3㏊)를 당초 매립 용도인 농업용지로 이용하고, 나머지 48.3%(783.7㏊)를 도시용지로 활용하는 안이었다. 김포매립지를 가로지르는 공촌천의 유지용수로는 매립지 전역을 농경지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공사 측의 이유였다. 공사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동아 측에 김포 신곡양수장에서 한강 물을 끌어다가 쓰는 용수로(10.6㎞)를 개발해서라도 매립지 전역을 농지로 조성하라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공사는 김포매립지 매입자금 전체를 공사채(4천470억 원) 발행과 은행 대출(1천885억 원) 등 차입금으로 충당했다며 용도변경 불가피론을 폈다.

정부는 21개월 뒤 또다시 농업단지를 줄이는 대신 스포츠·레저와 국제업무용지로 용도변경을 시도했다. 2002년 4월 4일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실현 방안’이었다.

당초 전체 개발면적(1천623㏊)의 51.6%에 달했던 농업단지는 ‘첨단화훼단지’라는 이름으로 전체 면적(1천807㏊)의 10.5%(190㏊)로 급감했다.

개발사업 주 사업시행자도 농어촌공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변경됐다. LH의 청라경제자유구역 안 화훼단지는 투자유치용지에 밀려 수차례의 개발계획 변경으로 전체 면적의 2.2%(41.5㏊)로 쪼그라들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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