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GIK)와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ISC)를 설립한다. 당시 공유수면 매립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송도 1·3공구(전체 면적 570만9천㎡)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NISC는 3.3㎡당 62만6천 원에 인천시와 토지공급계약을 맺었다. 송도가 국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2003년 8월)되기 1년 전의 일이었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정부가 보유한 달러 등이 부족해 외자 유치가 절실했다. 경제자유구역은 그 대안으로 출발했다. 인천이 첫 번째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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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사업자와 시행사 간의 마찰로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의 시초인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단지(IBD) 개발 사업이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비행시간 3시간 반 만에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만날 수 있는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와 일일 생활권에 위치한 지리적 장점이 한몫했다.

미국 게일사가 국내 업체인 포스코건설과 송도국제업무단지(IBD) 개발사업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발 목표연도를 2014년에서 2020년으로 연기한 IBD 개발사업은 당초 제시했던 밑그림의 절반도 완성하지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

2007년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국회 건교위(지금의 국토교통위) 소속 위원들은 송도경제자유구역 내 IBD 개발사업을 맡은 NSIC를 맹비난했다. 외국 기업 유치는 뒷전인 채 수익성 높은 아파트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NSIC는 당초 총 사업비 24조3천억 원 중 23조9천억 원을 투입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국제업무단지(송도 1·3공구)를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 부동산개발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이 최대 주주인 NSIC는 IBD 내 개발사업권은 물론 외자 유치에 대한 협상도 독점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사원도 2009년 국내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IBD 개발 방향이 외자 유치보다 수익성 추구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IBD 사업 부지 중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땅이 2003년 개발계획 승인 때보다 52만7천여㎡(38%)가 줄고, 반대로 주상복합을 포함한 일반상업용지는 43만6천여㎡(21%)가 늘어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2002년 게일인터내셔널이 포스코건설과 7대 3의 지분으로 NSIC를 설립해 인천시와 토지공급계약을 체결할 당시만 해도 이곳 땅값은 3.3㎡당 62만6천 원에 불과했다. 지금은 최고 20배 이상 뛰어 차익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민간사업자인 NSIC가 무엇을 추구할지 충분히 짐작 가능한 대목이다.

 안상수(새)국회의원은 2007년 인천시장일 당시 NSIC에 4천억 원의 손실보전금을 지불할 테니 사업에서 손 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게일사가 받아들일지 만무한 제안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땅장사에만 몰두해 있던 NSIC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강하게 일었다. 결국 시는 NSIC가 IBD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의 15%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시와 50%씩 분배해 기반시설 조성공사에 재투자하기로 계약을 다시 체결할 수 있었다. 시가 NSIC와 2010년 체결한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 가속화 및 안정적 사업 추진에 관한 계약’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후 NSIC의 외자 유치 규모는 당초 127억 달러의 30% 수준인 40억 달러로 줄었다. 이조차도 제대로 유치되지 않았다. 이때 NSIC가 신고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수정한 외자유치 규모에 고작 0.82%에 불과한 3천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게일인터내셔널 스탠 게일 회장은 NSIC 설립 때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갯벌이 영어로 진주를 캔다는 뜻의 겟펄(Get Pearl)로 들렸다"고 말했다. 부동산업자인 게일 회장에게 갯벌을 매립해 조성된 송도는 그저 돈 되는 땅이었는지도 모른다. 게일 회장은 지난해 말 미 세무당국으로부터 IBD 개발사업과 관련해 1천억 원에 가까운 세금을 부과받았다. 게일 회장은 포스코건설과의 합작 법인인 NSIC에 이를 떠넘기려 하고 있고, 포스코건설과 NSIC 이사회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게일 회장이 NSIC 국내 업무를 대행하는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GIK) 전 대표(포스코건설 임원 출신) A씨를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대주주인 게일사와의 사업 진척을 위한 원만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GIK와 미국 게일인터내셔널 본사 역시 국내 언론과의 어떠한 인터뷰 요청에도 불응한 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의 성장잠재력을 움켜쥔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은 어느 순간부터 탄력을 잃어 경제자유구역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송도IBD 개발사업은 투자유치는커녕 잡초가 무성해지고 있다. 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갖춘 지정학점 강점과 최첨단의 유비쿼터스 환경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도시 ‘송도IBD’ 개발사업은 언제 봄날이 올지 이를 바라보는 인천시민들 입장에선 ‘화(火)’가 치밀어 오른다. 실적에 눈 먼 인천시 정책결정자와 돈에 눈이 먼 미국과 국내 부동산개발업자들의 이해타산에 시민의 혈세가 투입된 드넓은 송도 땅이 계속 나대지로 방치된 채 신기루만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그도 그럴 것이다.

#송도 주민 김성훈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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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국제업무단지(IBD)에서 올해로 6년째 거주하는 김성훈(40)씨는 최근 자신이 사는 아파트 베란다에 레드타월을 내걸었다. 지지부진한 개발사업에 대한 일종의 항의 표시다.

 송도국제업무단지 내 그린워크 4개 아파트 단지 주민 상당수는 지난달부터 김 씨처럼 베란다에 붉은 색 타월을 걸어 놓고 있다.

 김 씨는 "아파트만 덩그러니 지어 놓고 주변 빈 땅은 1년 넘게 놀리고만 있는데 어떻게 두고만 보고 있을 수 있느냐"며 이 같은 퍼포먼스를 벌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게일사와 국내 대형 건설사 포스코건설이 이미 수조 원대 수익을 챙기고도 주민을 위한 공원과 문화시설 등 공공사업은 뒷전인 채 여전히 아파트 건설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송도IBD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와 자체적으로 수집한 자료 등을 근거로 인터넷상 주민 커뮤니티 공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송도 개발의 핵심은 국제업무단지다. 더 이상 인천이 굴뚝산업인 산단과 항구의 배후도시가 아닌, 첨단 미래산업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나서야 하는데, 수년째 사업부지에는 갈대만 무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은 내팽개치고 사업자 간 이전투구만 벌이고 있는데도 감독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아무런 중재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인천경제청 요직에 대한 인적 쇄신 또는 쇄신에 준하는 자구안 마련 ▶국제업무단지 시행사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 ▶인천시가 가져간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결정권의 환원 ▶인천경제청이 국제업무단지 개발 로드맵 직접 참여 등을 주문했다.

 김 씨는 당초 예정된 목표연도(2014년)를 훌쩍 넘긴 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이 더디게 진행될 경우 ‘제2의 투모로우시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도 내놨다. 투모로우시티는 2009년 인천세계도시축전 때 시범 운영된 이후 7년간 방치돼 있는 통합교통환승센터다. 투모로우시티 역시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개발사업자인 SK와 인천도시공사 간 법정 분쟁으로 ‘유령 건물’이 된 지 꽤 오래됐다. 그 사이 당초 계획했던 면세점은 구월동으로, 도심공항터미널은 광명역으로, 환승센터는 수인선 송도역으로 옮겨 가고 말았다.

 김 씨는 "투모로우시티처럼 국제업무단지도 여태껏 시간을 허비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IBD 사업 추진 과정>
 ▶2002. 03 :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GIK)-포스코건설,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ISC) 설립
 -인천시와 토지공급계약 체결
 ▶2002. 11 :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국회 통과
 ▶2003. 08 : 송도국제도시 경제자유구역 지정
 ▶2004. 11 : 송도컨벤시아 착공
 ▶2005. 12 : 포스코건설 서울본사 사옥 송도 이전 계획 발표
 - 토지 매입, 2단계 사업지구(151만8천㎡) 2천100억 원.
 ▶2007. 02 : 동북아무역센터, 쉐라톤 인천 호텔, 송도 센트럴파크 착공식
 ▶2008. 10 : IFEZ 아트센터 착공, 송도컨벤시아 개관
 ▶2009. 06 :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 US PGA 챔피언스 투어 개최 발표
 ▶2009. 10 : 송도커넬워크 완공
 ▶2010. 11 : 1조 원 규모의 송도 롯데몰 건립을 위한 부지매각 계약 체결
 ▶2011. 07 : 470만 달러 규모의 시스코 투자 계약 체결
 ▶2011. 12 : 포스코 교육재단과 인천포스코자사고 설립을 위한 MOU 체결
 ▶2012. 07 : ADT캡스 송도 입주
 ▶2012. 08 : 이랜드, 송도 커넬워크 내 테마형 쇼핑 스트리트 ‘NC큐브 조성’ 계약 체결
 ▶2102. 12 :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송도 유치 확정
 ▶2013. 07 : 대우인터내셔널 유치 및 동북아무역센터 매각
 ▶2014. 03 : 포스코엔지니어링 송도 입주
 ▶2014. 10 : 코스트코, 송도 입점 토지 매매계약 체결
 ▶2015. 10 : NSIC 주주 갈등 폭발, 스탠 게일 회장에 대한 세금 부과(미국 세무당국)
 ▶2015. 12 : GIK 전 대표(포스코건설 전무) 배임 혐의로 경찰 수사
 - 스탠 게일 회장 GIK 인감도장 변경(일명 옥쇄 파동)
 ▶2015. 12 : 인천경제청, NSIC에 인천아트센터 공사비 실사 요구
 - 송도 3공구(F13-1, F14, F15블록 2천597가구) 공사대금 미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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