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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대한민국이 혼돈의 늪에서 나오질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어디에도 기댈 언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보수(保守)와 진보(進步)를 떠나서 대한민국 사회구성체 논쟁에 대한 담론이 한 가닥으로 모이지도 않고 스스로 합의한 헌법 질서마저 부정하려는 일부 세력들의 과잉민주주의 몸짓으로 우리가 해방 이후 70년간 우여곡절 끝에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행동할 때 행동하는 것도 국민들의 권리이지만 기다릴 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지혜도 민주주의 덕목이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찌 풀어야 할 것인가?

 민주시민사회는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만들 권리와 그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단지 그 권리와 공간은 진실과 객관성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과도한 주장이 되고 더 커지면 선전선동이 돼 공동체의 이익이 사장될 수가 있다. 이 대목은 누란의 위기 때 더욱 더 중요한 덕목이 된다. 지금 이 최순실 정국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점을 주고 있다. 과연 우리의 사법당국은 어디까지 진실을 규명하고 증명할 것인지도 큰 숙제지만 언론들의 경쟁적인 보도가 사실을 넘어선 과장보도로 흐른다면 이 또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장애요인이다. 더도 덜도 아닌 진실만이 답이다. 진실을 말하고 진실이 규명되도록 모든 사회가 협조해야 한다. 잘못을 단죄하는 일에는 성역이 있을 수도 없다. 국회 국정조사, 특검, 그리고 헌법재판소서 진행 중인 대통령에 대한 헌법위반, 법률위반 사례에 대한 심판 과정이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규명되고 처리되는 동안 우리 국민들의 역할은 무엇인가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법질서가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의사를 표현하고 담론을 만드는 이성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체제가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체로 서로 견제와 균형을 하면서 권력농단과 행정누수를 감시하는 시스템에 기반한 매우 정밀하고 시간을 필요로 하는 체제라는 전제를 우리 모두 믿는다면, 지금부터는 차분하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정점으로 하는 법적인 판단을 받는 동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중병들, 예컨대 남북대결 구조, 지역주의, 경제성장 둔화, 실업난, 빈익빈 부익부, 천민자본주의적인 갑질사회 문화, 고정화된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들에 대한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할 입법 권력과 행정부는 굳이 최순실 사태가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시스템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시점이 이미 지났다. 이러한 적폐의 누적이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봇물처럼 터져 촛불시위로 나타나서 대통령을 비롯해 대대적인 기득권세력에 대한 탄핵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정치권이 되려면 지금부터 최순실 사태 이후의 대대적인 국정개혁에 대한 대안 마련에 올인하는 정치권이 돼야 한다. 대선주자와 정파들은 사사로이 대선구도와 자신의 정치적인 이득을 맞물리게 하는 이기적인 발언들을 삼가고 분단국가의 위기를 인식하고 좋은 나라 건설의 토대가 되는 개헌 작업과 사회시스템 개혁 마련의 첨병들이 돼야 국민들이 잃어버린 신뢰(trust)를 다시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순수한 국민들의 국가 개혁에 대한 열망이 표출되는 촛불시위의 틈바구니에서 반(反)국가 세력들의 반(反)대한민국적인 음모가 확대되고 똬리를 트는 일이 있다면 이거야 말로 대통령의 국정농단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할 체제생존 싸움으로 이러한 일들이 이 혼란기를 틈타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반국가 세력으로 법적 판단을 받은 과거 통합진보당 부활 등의 문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기득권 언론과 사회지도층들은 이러한 때일수록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사리분별을 가리면서 보도의 객관성을 조명하고 각 사회의 지도층들은 용기 있게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흐름이 있다면 비판의 칼날을 들고 정론(正論)을 만들어서 국정농단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지금 진행 중인 거대한 국가의 아픔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민주화를 위장한 반국가 세력들에게 반사이익(反射利益)을 안겨주는 우매한 결과만큼은 철저하게 차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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