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지랄이 풍년이던 병신년 한 해가 이렇게 간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더니, 정녕 헛말이 아님을 확인케 한다. 연말연시 송년회다, 신년회다 유독 술자리가 많아지는 때다. 청춘 남녀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는 크리스마스도 있다. 바야흐로, 음흉한 늑대들이 술에 취한 어린 양과 손만 잡고 자야 하는 행운을 누리기 위해 인내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너나들이끼리, 사회나 직장 선후배가 모여 안다미로 한 술을 단숨에 들이켜야 할 연말 술자리. 비록 지갑은 바닥나더라도 박멸이 자비인 ‘해충’ 같은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줄 술자리 예절을 소개한다.

 먼저 술을 먹되, 안주와 같이 먹어라. 건강을 생각해 침을 안주 삼아 마시는 ‘강술’을 삼가란 말이다. 주량이 세다는 자랑은 무식한 것으로 끝내라. 용감하기까지 하면 다치는 수가 있다. 두 번째, 옆 테이블 젊은 여성과 이따금 마주치는 시선을 즐기지 말고, 동행자들과의 대화나 운치를 즐겨라. 이 닦고 세수하고 목욕하는 일이 사치인 당신에게 호감을 느낄 여성은 절대 없다. 세 번째, 정치, 종교, 특히 돈 자랑, 자식 자랑을 삼가라. 그리고 술은 적당히 권해라. 한마디로 말조심하란 얘기다. 무심코 내뱉은, 웃자고 던진 말이 죽자고 덤비는 사태를 초래한다. 사람들은 술에 취해 벌이는 논쟁은 개 무시해 버린 채 자리를 뜨는 것을 상책으로 여긴다. 마지막, 술자리에서 어려운 경제사정이나 친소관계를 묻지 말라. 옛 허물을 확인하듯 되묻지 말고, 오랜 지병이나 여야와 피아, 동지와 정적도 묻지 말라. 특히 배우자의 안부를 속속들이 묻지 말아야 한다. 자칫 오해를 사 전봇대만 보면 오줌을 누고 싶어 하는 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올해 본보 오피니언란 서해안 코너에 마지막으로 게재될 글을 쓰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칼을 움켜쥐고 산고보다 심하다는 글쓰기의 고통을 즐기고 있다.

 때 이른 새해 소망을 나눠본다. 새해에도 절제된 지식과 지혜, 얼굴로 세상에 없는 듯 조용히 살게 해 주소서. 그 중에 잘생긴 얼굴이 단연 돋보입니다.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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