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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우 고려대 연구교수
요즈음 대통령 탄핵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보수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보수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를 해 왔으면서도 명확한 정치철학을 갖고 대한민국의 주요 축인 보수주의의 방향성에 대해서 이렇게 갈 之자를 보이면서 신념에 기반한 정치보다 그때 그때 권력의 추를 쫓아 사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너무나 커서 보수층의 실망감과 상실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더군다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불거진 이후 그동안 보수를 자처하면서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일정 부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보수정책과 거리를 두면서 대한민국 보수의 취약성이 그 부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보수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에 극심한 좌우익의 대립으로 북한에서는 공산정권이 실질적으로 인민위원회의 형태로 먼저 소련의 위성정권으로 수립되고 남한에서는 1948년 8월 15일에서야 공식적인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을 선포할 수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左와의 사활을 건 투쟁에서 승리하는 右측의 정치이념은 항상 좌와의 대척점에서 보수이념을 정립해가는 한반도의 특수한 정치발전 과정이 전개됐던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의 맥을 잇는 보수주의는 반공을 매개로 산업화라는 큰 산맥을 일구면서 먹고 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큰 치적을 남겼지만, 남북 분단 구조의 특수성으로 인해 항상 진보를 표방한 좌측 이데올로기와의 충돌을 경험하는 정치문화를 갖게 됐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민주화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수용하는 과정이 전두환, 노태우라는 군부정권, 과도정권을 지나 김영삼 시대의 문민정부로 연결돼서 그동안 반공을 국시로 추진됐던 강경보수는 민주화라는 다른 흐름을 수용하는 하나의 조정기를 거쳐 산업화에 이어서 민주화도 이루는 현대사의 전개를 보게 된 것이다.

 가치와 공동체 문제를 중하게 여기는 보수이념은 환경 인권 약자보호 연대 평등 등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대척점에서 대한민국의 특수한 정치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대결구도로 북한체제의 문제와 연계된 또 다른 좌쪽 얼굴과 논쟁하면서 새로운 가치 정립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 비리가 급속한 산업화의 부산물로 지금도 갑질로 기생한다는 현실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국가개조, 국정개조의 필요성에 온 국민이 공감하면서 현 탄핵국면의 경중을 따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고속성장의 주역이 된 재벌과 정치권의 연계성, 수출 주도형산업 성장 전략으로 인한 경제구조의 불공정성 심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 및 사회체제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구조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조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대한민국 보수의 현실적인 사명이 무엇인지 우리가 냉전구도가 심화되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잘 수용한 후, 고찰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무리한 담론을 자제하면서 우리가 할 일을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필자가 보기엔 대한민국 보수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다시 냉전구도가 심화되고 있는 한반도 주변을 안보적으로 잘 관리하고 개혁개방이 거의 불가능하고 급변사태의 가능성이 농후한 북한체제를 관리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체제 속으로 편입하는 현실적인 과제다. 시대의 흐름이 이처럼 급박하게 흘러가는데도 아직도 북한의 극심한 인권유린과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방향성을 상실한 담론들에겐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강한 정통보수의 모습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동안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고착화하고 있는 국내의 경제 분배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처방으로 성장 동력을 포기하지 않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는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대안(代案)으로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대량실업과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의로운 보수(保守)의 이념 정립이 또 다른 숙제다. 지금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보이고 있는 어설픈 보수의 모습이 아닌, 제대로 된 보수의 모습을 실천하는 보수의 전사들이 중심이 되는 보수정당이 다시 창당돼 한국정치의 주요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상기한 과제들을 실천하는 정치집단으로 각인되도록 국민들이 성원하고 힘을 모아야 한국의 미래정치가 밝을 것이다. 후손들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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