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하주택에서 치매노인이 숨지는 등 집중호우로 인명피해를 입었지만 인천시는 마땅한 예방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가 지하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실무매뉴얼을 배포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매뉴얼을 보냈지만 시에서 못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지하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기준’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지자체 및 공공기관 실무자들에게 매뉴얼 또는 해설집 등을 작성·보급해야 한다. 이 기준은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하도로, 지하광장, 지하 공동구, 지하상가, 지하도시철도, 지하변전소, 지표면 아래 건축물(주택 및 지하다층 건물) 등 계획·설계 시 적용한다. 침수 높이(침수흔적도) 설정, 배수펌프·출입구 방지턱·역류 방지 밸브 설치, 비상조명·안내표시·경보방송 등을 하게 돼 있다.

2005년 소방방재청 고시로 만들어진 이 기준은 지하시설물 이용자의 안전을 위해 침수 시 원활하고 신속한 대피가 가능하도록 대책 마련에 중점을 뒀다.

지난 23일 지하가 완전히 잠겨 90대 노인이 익사한 구월동 지하주택에는 출입구 방지턱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배수펌프 설치나 대피경로 확보 등은 돼 있지 않았다.

시간당 84㎜의 장대비가 쏟아진 부평구 청천동 서울 7호선 공사장 안 인부 7명이 약 50㎝까지 차 오른 물에 갇혔다. 국내 최장 인천 북항터널(5.5㎞)은 일대 100㎜가량의 기습 폭우가 내리자 가운데 지점 200m 구간에 1m 높이의 빗물이 차 일주일 동안 복구에 매달렸다.

2005년 고시 전 지어진 구월동 지하주택은 빼더라도 청천동 7호선 공사장과 북항터널에는 침수 높이, 배수펌프 등이 확보돼야 지자체장(시장 등)이 사용승인을 할 수 있다. 23일 두 곳은 배수펌프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거나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이런데도 시는 매뉴얼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매뉴얼을 며칠 동안 찾았지만 없어서 행안부에 보내 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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