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강도 높은 ‘유통갑질 대책’에 경기도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입지 제한과 의무휴업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대책이 발표되자 더욱 움츠러드는 분위기다.

반면 납품업체와 소비자들은 그간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아 왔던 대형 유통업계의 과도한 납품 ‘후려치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발표한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 방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신설 등 전방위적인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이 담겨 있다.

기존에도 판촉 비용은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분담하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판촉에 들어간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는 분담규정이 부족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판촉을 위해 납품업체 종업원을 쓸 경우 매출 증가로 인한 이익은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에게 모두 돌아가는 만큼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는 게 이번 방안의 골자다.

하지만 도내 유통업계는 공정위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이들 매장 직원의 급여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내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행사를 진행하는 협력업체 직원은 제조업체가 원해서 근로자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인건비 분담을 강제한다면 대형 마트 입장에서는 신제품 출시 행사나 시식 행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내년 최저임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도 늘려야 하고 규제도 강화되니 당혹스러운 심정"이라며 "임금과 원자재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나 납품업체 관계자과 소비자들은 그간 비정상적인 관행이 바로잡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도내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을’의 지위에서 인건비와 수수료 부담 떠넘기기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여 왔다"며 "공정위의 심판 역할이 커질수록 대형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협상에서 과도한 ‘후려치기’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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