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이천의 한 농장을 찾았다. 농장 입구에서 만난 농장주는 초췌해 보였고 어쩔 줄 몰라하는 그의 아내 모습에서 이번 파동이 가져다 준 충격이 쾌 컸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농장주의 아들이 거실로 들어오는데 잔뜩 흥분돼 있는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정부가 처음 발표할 때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가 이후 검사에서는 적합 판정을 받았으나 낙인이 찍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농장에서 생산된 달걀 30구를 지난 15일 검사용 샘플로 수거해 갔다고 한다. 다음 날 살충제 비페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부에서는 18일 이 농장의 달걀을 부적합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 뒤 식용란 살충제 검사 결과 ‘적합’하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그러나 살충제 검출농장 명단에서 제외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농장주는 관계기관에 따져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맥시멈 원칙(두 곳 시험기관 중 하나라도 부적합이 나오면 살충제 달걀 농장으로 보며 높은 수치를 적용)에 따라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농장처럼 몇 군데가 두 곳의 검사기관에서 다른 결과가 나온 곳이 있어 피해가 크다고 호소한다. 물론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어느 한 곳에서라도 부적합이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서둘러 발표하면서 여러 가지 오류가 발생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달걀 살충제의 조사부터 발표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마음에서 국민들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가 되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이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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