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농부가 풍성한 곡식 등을 수확하는 기쁨을 맞보듯 나 또한 결실이 맺기를 바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엎친데 덮쳐 친구가 사고로 인해 운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니 누구보다도 더 기다렸던 가을이지만 썩 반갑지 않았다.

 이런 허전한 마음을 달래려고 아내와 함께 강원도의 한 사찰을 향해 차를 몰았다. 몇 번 다녀온 곳이기는 하지만 존재 자체를 몰랐던 불교성지가 있었다.

 그곳은 군사보호구역 내에 있어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10명 이상이 돼야 출입이 가능한 곳.

 이날 운 좋게 그곳을 가 볼 수 있게 됐다. 몸도 마음도 불편했지만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산을 올랐다. 그리 험난하진 않았지만 지쳐 있던 몸에 피곤함이 몰려왔다. 게다가 저녁을 먹으려는데 음식을 씹으면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잇몸인지 치아인지 암튼 단단히 문제가 생겼나보다.

 휴식을 취하려 숙소에 들어갔지만 왠지 모를 슬픔에 잠긴다. 그래서 내 마음을 지켜보기 위해 대웅전에 올라 가부좌를 틀고 앉았지만 마음의 눈물만 흐른다.

 문득 ‘행복을 원하면서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불경의 몇 구절이 생각났다. "세간의 일이 즐거움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간이 즐거움이라면 어째서 고통이 있고 걱정이 있겠습니까. 음식을 먹어도 병이 생기고 숨이 차고 배가 아프고, 의복에서도 근심과 걱정이 생기나니 겨울에 베옷을 입게 되면 원망이 앞서며, 여름에 솜옷을 보게 되면 괴로운 생각이 깊어집니다."

 이 말은 큰 기쁨 뒤에 조그마한 잘못된 일이 생기면 큰 슬픔과 괴로움이 따를 수 있다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마음에 담아둘 필요 없이 이 또한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결론을 맺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내게 또 다른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기쁨과 행복, 슬픔과 고통이 함께 있기에 부지런히 노력하고 중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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